[식품 이야기] 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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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력 정월 대보름에 부럼으로 까먹는 밤.

부럼은 대보름 밤에 먹는 밤.잣.호두.은행.땅콩 등의 딱딱한 과일을 모두 일컫는 말이다.

우리나라에서 언제부터 밤나무를 재배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낙랑시대의 것으로 추정되는 무덤에서 밤이 발견된 것으로 봐 적어도 2천년 이상 된 것으로 보인다(임업연구원 황명수연구사).

국내에서 밤은 한해 10만t 가량 생산된다. 국산밤은 일본.중국.미국 등에 수출되며 중국산(천진.산동산) 밤이 수입된다. 중국산은 국산보다 크기가 작으며 속껍질이 얇고 색깔도 더 어두운 갈색(국산은 밝은 갈색)이다.

우리 선조들은 밤을 다양한 요리에 이용해 왔다.

생밤을 밥에 섞어 만든 밤밥, 생밤을 강판에 간 뒤 떡가루를 섞어 죽을 쑨 밤암죽, 겨자즙에 생밤을 얇게 저며 넣은 겨자채 등이 대표적이다. 속살이 붙은 밤의 속껍질을 모아서 물에 넣고 끓인 뒤 속껍질은 버리고 그 물(율추숙수.栗趨熟水)을 마시기도 했다.

밤은 겨울철 간식으로 그만이다. 당분(36%).단백질(3%).지방(0.6%) 등 5대 영양소가 골고루 들어있기 때문이다. 특히 밤에 든 당분은 소화가 잘 된다.

병후 회복식이나 어린이 이유식에 밤이 들어가는 것은 이 때문이다. 선조들은 배탈이 나거나 설사가 심할 때 군밤을 잘 씹어먹도록 했다.

다른 견과류와는 달리 밤엔 비타민C가 풍부하다. 그래서 예부터 피부미용.피로회복.감기예방 등에 효험이 있는 과일로 꼽혔다. 대보름에 밤을 먹고 부스럼이 나지 않기를 기원하는 것도 과학적인 근거가 있는 셈이다.

생밤을 술안주로 먹으면 술독이 풀리는 것도 비타민C 덕분이다. 알코올을 대사시켜 술의 독성을 없애는 것이다.

밤엔 우리 몸을 유해산소로부터 지켜주는 항산화물질인 베타카로틴도 풍부하다. 칼슘(1백g당 28㎎).철(1.6㎎).칼륨(5백73㎎) 등 미네랄도 넉넉히 들어있어 특히 성장기 어린이에게 좋다.

밤은 삶거나 구워도 영양소가 거의 손실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밤넥타.밤통조림 등의 영양소는 생밤보다 확실히 적다.

'동의보감'엔 "성질이 따뜻하고 맛이 짠 밤은 원기(기운)를 돋우고 위장을 튼튼하게 하며 정력(腎氣)을 보강해주고 어려울 때 양식이 돼 준다"고 적혀 있다(강남경희한방병원 이경섭 원장).

좋은 밤은 원래의 색깔.광택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무겁고 껍질에 윤기가 도는 것이 상품이다. 단단한 밤이 더 신선하다. 손끝에 잘 눌리는 밤은 건조가 덜됐기 쉽다. 이런 밤은 쉽게 썩는다. 밤의 1백g당 열량은 1백62㎉로 고기.쌀의 절반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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