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제인간 파문] 인간 존엄성·윤리·종교 뿌리채 흔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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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네이드의 인간 복제 성공 주장은 전세계에 큰 충격이다. 그들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인간의 발생학에서부터 존엄성.윤리.종교적 가치관 등이 뿌리째 흔들리기 때문이다.

클로네이드는 미국 여성(30세)의 세포를 떼어 복제, 임신케 한 뒤 제왕절개 수술로 여아를 낳았다고 밝힌 것 외에는 그 성공 여부를 검증할 어떤 자료도 내놓지 않았다.

산모나 아기 역시 기자회견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당연히 내놓아야 할 복제 대상자와 복제 인간의 유전자가 일치한다는 검사 결과 등이 빠져 있다.

더구나 세계동물복제학회에 클로네이드측이 내세우는 과학자들은 단 한번도 참여한 적이 없다는 것이 이 학회 회원들의 말이다.

클로네이드의 공개 발표에도 불구하고 인간 복제 성공을 의심스러워 하는 이유다.


복제 인간 탄생은 공인된 제3의 기관이 유전자 검사를 해야 최종 판결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복제용 세포를 제공한 사람과 태어난 복제 인간 간의 유전자를 대조해 보면 특이한 일부분을 제외하고 전부 동일하게 나와야 복제에 성공한 것이다. 이런 검사는 길게는 3~4일, 미리 세포 제공자 검사 준비를 해놨을 경우 하루 만에도 가능하다.

산모의 양수검사 등을 통해 태어나기 전에도 복제 성공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치밀하게 준비했다면 복제 아기가 태어나는 즉시 유전자 검사 결과를 내놓을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클로네이드 측이 유전자 검사 결과를 일주일 뒤에나 내놓겠다는 것은 어딘가 석연찮은 구석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동물 복제 전문가인 서울대 황우석 교수는 "유전자 검사만 하면 복제 여부를 1백% 정확하게 판별할 수 있다"며 "전문가가 참여해 검사하면 그 어떤 조작도 금방 드러난다"고 말했다. 즉 복제용 세포에서 뽑은 두개의 유전자를 검사한 뒤, 그 중 하나를 복제 아기 것인 것처럼 조작해도 금방 들통난다는 것이다. 복제용 세포와 복제 인간의 유전자는 특이한 한 부분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복제 인간의 탄생이 인류사의 뿌리를 뒤흔들 만큼 중요한 사건인 점을 감안하면 클로네이드의 발표를 단순한 허풍으로 넘기기는 어렵다. 만약 인간 복제 성공이 허위 발표로 드러날 경우 종교단체인 라엘리안과 그 자회사인 클로네이드는 회복하기 어려운 타격을 받을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클로네이드측은 지난해부터 수차례 인간 복제를 시도하고 있으며, 한국인 대리모도 3명이라고 밝혀왔던 터다.

클로네이드의 발표대로 복제 인간이 정말로 탄생했다면 인류는 무성생식에 따른 종의 다양성에 심각한 위기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진화론 측면에서 보면 열성은 자연도태되고 우성이 살아남게 돼 있다. 그러면서 종의 다양성이 유지된다. 그러나 인간이 무성생식으로 대를 잇는다면 이같은 자연도태는 잘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종교의 가치관을 재정립하지 않고서는 과학과 종교간의 분쟁도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조물주의 생명 창조의 권능에 인간이 도전해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기 때문이다.

가족과 세대, 부모와 자식의 관계도 흔들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부모를 복제해 태어난 아기를 부모 대접을 해줘야 할지, 말아야 할지도 그 중 하나다.

또 인간을 복제하는 목적 중 하나가 대체 장기를 얻으려는 것도 있다. 장기를 얻자고 생명을 만드는 것이다. 이는 생명을 소모품 정도로 여기게 하는 생명의 존엄성 부재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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