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피해에 52년만 최악 흉년…정부 양곡 37만t 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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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가을 들어 가장 쌀쌀한 날씨를 보인 3일 오후 대전시 서구 기성동 들녘에서 한 농민이 콘바인을 이용, 막바지 벼를 수확 한 뒤 트럭에 옮겨싣고 있다. 중앙포토

올가을 들어 가장 쌀쌀한 날씨를 보인 3일 오후 대전시 서구 기성동 들녘에서 한 농민이 콘바인을 이용, 막바지 벼를 수확 한 뒤 트럭에 옮겨싣고 있다. 중앙포토

긴 장마에 태풍까지 겹쳐 올해 쌀 수확량이 1968년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1968년 통일벼를 보급하기 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52년 만에 닥친 최악의 흉년에 정부가 공공비축미 37만t을 풀기로 했다.

24일 농림축산식품부는 정부가 쌓아놓은 양곡 37만t을 시장에 보급하는 쌀 수급 안정 보완대책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지난 20일 양곡수급 안정위원회를 열어 이같은 대책을 확정했다.

지난 12일 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올해 쌀 수확량은 여름철 수해 피해로 지난해(374만t)보다 23만t(6.4%) 줄어든 351만t이 될 전망이다. 이는 쌀 생산량의 획기적 증대를 가져왔던 통일벼 보급 이전 수준으로, 지난 68년(320만톤) 이후 52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쌀 소비 감소 등에 맞춰 쌀 생산은 2016년부터 계속 줄어들고 있지만, 올해는 좋지 않은 날씨 탓에 감소 폭이 컸다.

정부는 이번 수급 안정 대책으로 공급하는 정부 양곡 37만t 중 산물벼(8만t)를 우선 시장에 내놓기로 했다. 산물벼란 건조 등 가공을 하지 않은 상태로 산지에서 정부가 매년 매입하는 벼다. 정부는 그해 쌀 공급이 많으면 이를 재가공해 공공비축미로 저장하고 쌀 공급이 적으면 그대로 다시 시장에 되판다.

올해분 쌀 수확량이 줄어든 만큼 정부는 이 산물벼를 우선 유통할 계획이다. 나머지 쌀 수급은 이전에 매입해 둔 정부공공미를 활용해 단계적으로 맞춰나가기로 했다.

비축 양곡 공급 시기는 쌀 수확기는 피해 잡을 예정이다. 수확기에 형성되는 쌀 가격에 따라 농민의 이익이 늘고 주는 만큼 이 시기에 정부 공급 물량이 늘어나면 쌀 가격 하락 등 농가가 피해를 볼 수도 있다. 다만 정부는 수확기라도 쌀 공급에 불안한 조짐이 있으면 시기를 다소 당길 수도 있다고 했다.

박수진 농식품부 식량 정책관은 “부족 물량은 가급적 수확기 이후에 공급하되, 정부가 공급하는 물량과 시기 등을 사전에 발표해 시장 예측 가능성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세종=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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