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정 위해 정자들 서로 협력

중앙일보

입력

숲쥐(wood mouce) 정자들은 난자와의 수정을 위해 무한 스피드 경쟁을 벌이는 것이 아니라 서로 협력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BBC 인터넷판은 23일 과학잡지 네이처에 게재된 영국과 호주, 체코 등 3개국 연구팀의 연구결과를 인용해 수컷 숲쥐의 정자들은 난자에 빨리 도달하기 위해 대열을 이루며 궁극적으로는 수정에 성공하는 한마리의 정자를 위해 다른 모든 정자들이 희생한다고 보도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숲쥐의 정자들은 사정된 지 1-2분 후 머리쪽의 갈고리나 꼬리를 이용해 수천마리가 서로를 연결, 기차와 같은 대형을 이룬다는 것이다. 이처럼 대형을 이룬 정자들의 이동속도는 개별 정자에 비해 50%나 더 빠르다.

이 기차 형태의 대형은 20-30분 뒤 수정 직전에 해체돼 단 한마리의 정자만이 레이스를 완주할 수 있도록 해준다. 대형의 해체를 위해 많은 정자들은 난자에 파고들 때 해야할 머리의 유해한 화학과정을 통해 스스로를 파괴한다.

그러나 이와같은 `집단 자살'에서 살아남는 정자는 결국 수정에 성공하는 것이다.

숲쥐를 비롯한 많은 종들의 사례에서 발견되듯 동물이 하나 이상의 상대와 짝짓기할 경우 암컷의 생식통로에 놓여진 정자는 난자와의 수정이라는 존재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경쟁을 벌여야 한다.

이는 가장 빨리 자신의 정자를 암컷의 생식통로 끝까지 도달시키는 수컷의 형질을 반영하는 쪽으로 유전이 이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수컷의 입장에서 보면 자신의 정자가 수정될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정자의 수를 늘리거나 다른 수컷의 정자를 능가할 수 있도록 자신의 정자들이 서로 협력하도록 하는 방법이 있다.

정자들이 이타적인 협력관계를 이룰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그동안 논란이 있었지만 이번 숲쥐에 대한 연구에서는 이같은 관계가 실제로 확인된 셈이라고 BBC는 풀이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또 정자들의 이동능력은 수컷 고환의 크기와 밀접한 정비례 관계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다른 동물에 비해 수컷의 고환 크기가 상대적으로 작은 인간의 정자는 수정능력에 관한한 별볼일 없는 존재라는 뜻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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