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관계에도 20대80 법칙…부익부 빈익부 현상 뚜렷

중앙일보

입력

한 통계에 따르면 인간은 일생 동안 평균 다섯명의 상대와 2천5백80번의 섹스를 한다고 한다.

'숫자의 횡포'의 저자 데이비드 보일이라면 이런 수치가 우리에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반문하겠지만 우리가 인생에서 섹스로 얼마나 많은 시간을 보내는지 가히 짐작케 한다.

그런데 섹스를 나눈 상대 다섯명 중에서 사랑했던 사람은 겨우 두명뿐이다. 세명은 단순한 성적 이끌림으로 인해 우여곡절 끝에 성관계를 나누게 됐다는 얘기다.

서양인의 설문 조사를 근거로 얻은 통계수치이니 너무 불편해 하지는 마시라. 다만 이 통계는 인간 관계에 있어 섹스가 얼마나 복잡한 골칫거리를 안겨줄 수 있는가를 상기시켜 준다.

2001년 6월 21일자 영국의 과학저널 '네이처'에는 흥미로운 논문 한편이 실렸다.

스웨덴 스톡홀름 대학 릴제로스 박사와 그 동료들은 2천8백10명의 스웨덴 사람들에게 던진 성에 관한 설문 조사를 토대로 '섹스로 얽힌 인간관계'를 조사했다.

'대여섯 다리만 거치면 세상의 모든 사람은 서로 아는 사이'라는 사회적 통념을 과학적으로 증명한 물리학자들은 섹스로 얽힌 인간관계도 몇 다리만 건너면 서로 연결된 '작은 세상'일지 궁금했던 것이다.

그들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대부분의 스웨덴 사람들은 일생 동안 1~4명의 상대와 섹스를 나눈다.

그러나 더 많은 상대와 섹스를 나눴다고 대답한 사람들의 수도 의외로 많았다는 것이 이 연구 결과의 핵심이다.

흥미로운 것은 섹스 상대자 수 분포가 '상위 20%의 부자들이 80% 이상의 소득을 독점한다'는 파레토의 법칙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릴제로스 박사팀은 성관계에서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섹스로 얽힌 인간관계를 그래프로 표현한다면, 적당히 규칙적으로 얽힌 거미줄에 실타래처럼 복잡하게 얽힌 매듭이 중간중간 꼬여 있는 형국이 될 것이다. 그들은 이 현상을 '매력적인 사람에게 기회가 몰리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의 경우는 어떤가? 가끔 신문을 보면 원조교제를 하다 걸린 여학생의 수첩에서 빼곡히 적힌 남자어른들의 이름이 발각되곤 한다.

우리 사회의 '섹스 인간관계'를 그물망으로 표현한다면 '철없는 미성년자'나 '그 주변을 기웃거리는 어른들'이 복잡하게 얽힌 실타래를 이루는 형국은 아닐까?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