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칼럼] 기후 비상 극복과 전기요금제 합리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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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김현석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

김현석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

지난해 영국 옥스퍼드 사전은 올해의 단어로 ‘기후 비상’(Climate Emergency)을 선정했다. 급격한 기후환경 변화에 따라 심각한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을 의미한다. 올여름 역대 최장 기간 장마와 기록적인 강수량을 보면 기후 비상은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가 경험하는 현실이다. 그동안 역대 정부는 기후 비상에 대비하기 위해 에너지 분야의 변화를 도모해 왔다. 현 정부도 에너지 전환과 그린 뉴딜의 추진을 통한 지속가능한 에너지 생태계 조성에 사활을 걸고 있다. 그런데도 국제사회에서 ‘기후 악당’이란 불명예스러운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런 평가를 받는 이유는 간단하다. 아직도 많은 국민이 에너지를 제값을 치르지 않고 사용할 수 있는 공공재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기요금을 ‘전기세(稅)’라고 잘못 알고 있는 사람도 많다. 온실가스를 감축하기 위해 각종 정책을 시행할 때 수반하는 비용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은 매우 부족하다.

전력 생산에 수반되는 환경비용은 2015년 1조원에서 지난해 2조8000억원으로 4년 사이에 세 배 가까이로 증가했다. 정부 계획에 따라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RPS)의 의무비율 목표를 달성하려면 2030년까지 환경비용은 매우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이런 사실을 알고 있는 국민은 많지 않아 보인다. 식품의 경우 소비자들은 슈퍼푸드나 유기농 식품에 대해 일반 식품보다 비싼 값을 치를 의사가 있다. 전력 생산과 공급도 비슷하다. 깨끗하고 안전한 환경을 누리기 위해선 추가 비용이 들어간다. 이런 비용은 전기요금에 합리적으로 반영해 전력 소비자 모두가 함께 부담해야 한다.

현재 전기요금에 일괄적으로 포함한 환경비용은 분리해서 고지해야 한다. 그러면 전력 소비자들은 환경비용을 명확하게 인식하게 된다. 불필요한 에너지 사용을 줄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 생태계의 조성을 위한 국민적 공감대도 형성될 것이다. 그러면 능동적이고 신속한 에너지 전환 정책의 실행이 가능하다. 이후 순차적으로 비용 증가분을 요금에 반영하면 전기요금 개편에 대한 소비자들의 수용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는 기후 비상으로 발생하는, 상상 이상의 빠르고 강력한 피해를 경험하고 있다. 정부는 기후 환경비용의 분리 고지를 포함한 전기요금 체계 개편으로 국민 주도적인 친환경 사회를 하루빨리 조성해야 한다.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김현석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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