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어지는 ‘전세절벽’…임대차법 두달, 거래 61% 줄고 전셋값 상승세 계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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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서울에서 아파트 전세 거래와 물량은 줄고 전셋값은 계속 오르고 있다. 사진은 4일 서울 송파구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모습. [연합뉴스]

서울에서 아파트 전세 거래와 물량은 줄고 전셋값은 계속 오르고 있다. 사진은 4일 서울 송파구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모습. [연합뉴스]

서울에서 아파트 전세 거래가 두 달 연속 급감했다. 5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는 4518건이었다. 정부와 여당이 전·월세 상한제(5% 이내 인상)와 계약갱신 청구권(2년+2년)을 시행하기 직전인 지난 7월(1만1480건)보다 61% 줄었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세는 지난 8월(7234건)과 비교해도 37% 감소했다. 지난 7월과 지난달을 비교하면 강북(70%)·성동(69%)·강서(67%)·도봉(66%)·성북(63%)·영등포구(62%) 등에서 전세 거래의 감소 폭이 컸다.

서울 아파트 전세시장 격변

전셋값 상승세는 이어졌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전달보다 0.6% 올랐다. 지난 8월(0.65%)보다는 약간 낮아졌지만 지난 6월(0.24%)과 7월(0.45%)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월세 상승세도 이어진다. 서울 아파트 월세은 지난 8월 0.13% 오른 데 이어 지난달에도 0.14% 상승했다. 지난 6월(0.05%)과 7월(0.09%)보다 상승 폭이 확대했다.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 줄고 상승률 커지고.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 줄고 상승률 커지고.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전셋집으로 나오는 물량은 크게 줄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인 아실에 따르면 5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물량은 8313건으로 집계됐다. 두 달 전(3만6008건)과 비교해 77% 감소했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은평구의 경우 두 달 전 1079건이었던 아파트 전세 물량이 5일에는 128건에 그쳤다. 양천구는 같은 기간 1666건에서 213건, 광진구는 694건에서 108건으로 감소했다. 강서·도봉·관악·서대문·동작·구로·중랑구에서도 두 달 새 전세 물량이 80% 이상 줄었다.

정부는 지난달 29일 전세에서 월세로 바꿀 때 적용하는 전환율을 4%에서 2.5%로 낮췄다. 예컨대 전세 보증금 1억5000원에 해당하는 부분을 월세로 돌린다면 기존에는 월 50만원(연간 600만원)을 받았지만 이제는 월 31만2500만원(연간 375만원)만 받으라는 얘기다. 하지만 집주인과 세입자로 새로 계약을 맺을 때는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실제로 임대차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고 부동산 시장 관계자들은 전했다. 특히 전세 물량이 부족한 상황에선 집주인이 올려달라는 대로 세입자가 올려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송파구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월세로 바꿀 전세 물건이 별로 없는 데다 월세 자체가 높아지고 있다”며 “실제 세입자의 월세 부담이 크게 줄어들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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