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첫 인간복제국 될라"…라엘, 한국서 복제검토 선언

중앙일보

입력

생명.환경운동을 벌이는 종교계와 일부 시민운동단체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그들을 조급하게 만든 사람은 프랑스인 클로드 라엘(55)이다.

라엘은 UFO를 타고온 외계인을 인간의 창조주라고 주장하는 '라엘리언 무브먼트' (Raelian Movement)의 창시자며, 인간복제회사 '클로나이드' 의 대표다.

라엘은 외계인이 인간을 창조하면서 사용했던 복제기술을 통해 영원한 생명을 얻을 수 있다고 주장하며 복제를 추진 중이다.

지난달 말 한국을 방문한 라엘은 "조건이 맞는다면 한국에서 인간복제를 시도하겠다" 고 선언, 이 땅의 생명.환경운동가들을 경악케 했다.

라엘은 처음 입국 기자회견에선 "한국에서 인간복제를 시도하지 않겠다" 고 말했었다. 그러나 이후 국내 여러 언론과의 인터뷰 등에서 조심스럽게 '가능성' 을 흘리다가 나중에는 "9월 중 인간복제 전문가를 한국에 파견해 구체적인 타당성을 검토하겠다" 는 말까지 남기고 떠났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경우 라엘이 말하는 '조건' 이 아주 좋다는 점이다. 우리의 의학기술은 인간복제를 충분히 할 수 있는 수준이다. 동시에 인간복제를 법적으로 규제하는 장치는 전혀 없다.

그래서 미국에서 복제를 추진하다가 실패한 라엘이 한국을 주목했는지도 모른다. 미국은 '인간복제 금지법' 을 만들고 클로나이드의 실험을 중단시켰다.

우리의 경우, 정부(과학기술부)가 인간복제와 관련된 최초의 법이 될 '생명윤리기본법' 을 이번 정기국회에 상정하려다가 '보다 광범한 여론수렴과 검토' 를 이유로 내년으로 연기했다.

따라서 현재로선 인간복제에 대한 제도적 규제장치가 없는 상황이다. 종교단체나 생명.환경운동단체들이 아무리 "인간복제 반대" 를 외쳐도 복제를 막을 실질적인 힘은 없다.

굳이 생명.환경운동가가 아니더라도 '인간복제를 지지하는 사람' 은 거의 없다. 라엘의 주장을 따르는 한국의 라엘리언은 1천여명으로 추산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계인을 신(神)으로 믿는 한 프랑스인은 이 땅에서 인간복제를 시도하려고 한다. 생명.환경운동가들만 답답해할 사안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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