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생명공학 연구 메카'로 떠올라

중앙일보

입력

영국이 생명공학 연구의 '엘도라도(황금의 땅)' 로 변하고 있다.

세계 각국의 생명공학 전문가들이 인간 배아의 복제연구와 관련, 다른 나라들에 비해 유리한 조건과 풍부한 자금지원을 제공하는 영국으로 몰려들고 있는 것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의 저명한 생명공학자이자 산부인과 의사인 로저 피터덴 교수 역시 이번 가을 학기부터 영국의 케임브리지 대학으로 자리를 옮길 예정이다.

그는 최근 영국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에서는 배아 줄기세포를 이용한 생명공학 연구가 연구자금지원 문제로 갈수록 벽에 부닥치고 있다" 고 이적 사유를 밝혔다.

캘리포니아 대학측은 그의 이적을 끝까지 만류했으나 최근 배아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연방자금 지원이 이미 추출된 60개의 줄기세포주로 제한되자 더 이상 붙잡을 수 없었다.

전문가뿐 아니라 세계 각국의 많은 생명공학 기업도 연구소의 영국 이전을 검토하고 있다.

1백여개 생명공학 기업들의 연합체인 영국 생명공학산업협회(BIA) 대변인은 "세계의 많은 생명공학 기업에서 이전 조건 등에 대한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고 밝혔다.

이런 움직임은 많은 나라가 윤리문제를 이유로 생명공학 연구에 제한을 가하고 있는 것과 달리 영국은 생명공학 연구에 국가 차원의 적극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은 인간 배아 연구기간을 세계에서 가장 긴 '수정 후 14일까지' 허용하고 있으며 지난 1월엔 치료목적의 인간 배아 복제연구에 공공자금을 지원하는 법안이 통과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영국 의학연구위원회(MRC)는 영국 왕립보건원장인 리암 도널슨 박사의 주도로 세계 최초의 배아 줄기세포 은행을 만드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MRC의 경우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지원금으로만 지난 한 해 동안 7백10억유로(약 80조원)를 투자했다.

이처럼 영국이 생명공학 연구의 세계 중심지로 자리잡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의약품과 생명공학 등 2개 분야에서 영국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의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영국의 생명공학산업 종사자 수는 4만2천여명으로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둘째로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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