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믿음 약하면 오히려 투병에 장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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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활동이 장수와 건강의 한 요인으로 지적돼왔지만 믿음이 약할 때는 오히려 종교가 투병생활에 장애가 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와주목을 받고있다.

미국 보울링 그린 대학의 심리학과 교수 케네스 파거먼트 박사팀은 미 내과학회지( Archives of Internal Medicine) 최신호에 게재한 연구논문에서 투병자가 종교적으로 심리적 갈등이나 불안감을 갖게 되면 죽음의 위험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올수 있다고 주장했다.

파거먼트 박사팀은 지난 96년 병원에 입원 중인 노인 596명을 대상으로 종교적믿음을 조사하고 2년 뒤의 건강상태를 비교하는 방식으로 연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신(神)이 나를 버렸는지도 모르겠다", "신이 나를 사랑하는지 의심스럽다", "악마가 나의 병을 가져왔다" 등으로 답변을 한 환자들은 종교적으로 강한믿음을 표명한 환자들보다 사망률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파거먼트 박사는 "종교가 문제 해결의 원천이 될 수 있지만 그 반대로 문제를초래하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이 분명하다"면서 "이번 연구가 종교와 관련해균형된 시각을 갖는데 도움이 됐다"고 자평했다.

뉴욕타임스는 그러나 13일자에서 전문가들이 파거먼트 박사의 연구결과에 대해연구대상 규모가 너무 작고, 죽음의 원인이 흡연이나 연령 등 다른 요인에 있을 가능성이 있는데도 이를 고려하지 않음으로써 일반화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반응을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했다.

전문가들은 또 파거먼트 박사가 2년 뒤에 행방이 밝혀지지 않은 152명은 통계에포함시키지 않은 것도 연구결과에 대한 신빙성에 의문을 갖게하는 부분인 것으로 지적하고 있다.

파거먼트 박사는 이런 지적에 대해 "모세에서 예수, 부처에 이르는 종교적 인물들도 영혼의 어두운 밤을 겪었으며 이를 통해 더 단련이 됐다"면서 "이번 연구는 종교적 분노와 죄의식, 불안감 등을 극복하지 못한 일부 신자들이 그 결과로 건강이악화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피츠버그 의대의 브루스 라빈 박사는 질병에 대처하는 방식과 정신력이 건강과장수의 한 요인이 된다는 점은 분명하다면서 이번 연구는 종교적 믿음과 죽음의 관련성을 밝히는데는 부족하지만 "신체와 정신간의 관련성을 확인하고 시사해주는 것으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뉴욕=연합뉴스) 엄남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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