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마음'이 아파요!…엄마는 '장애' 가진 형제만 챙기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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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나만 이런 고민을 하고 있는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된 것이 가장 좋았다" 고 입을 모았다.

4년째 이 캠프를 지도해 온 전혜인(34)교사는 "장애 아동에게만 쏠리는 관심 때문에 상대적으로 소외당하고 있는 비장애 형제들의 어려움을 이해하려는 특별한 노력이 필요하다" 고 말했다.

◇ 장애아의 형제들도 지는 무거운 짐〓동생 이나리(정신지체3급.초등4)양과 함께 이번 캠프에 참가한 두상(중3)군은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내내 행동이 불편한 나리양을 옆에서 보살피느라 여념이 없었다.

"제가 밥도 먹여주고 숙제도 챙겨주고 그래요. 집에 가만히 있으라고 했는데도 나리가 밖에 혼자 돌아다닐 땐 화가 나죠. "

장애아의 형제들은 어릴 때부터 몸이 불편한 형제들을 돌봐야 하기 때문에 과중한 책임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또 장애 자녀를 걱정하는 부모의 모습을 보며 마음의 짐도 함께 지고 간다.

"엄마가 가끔 '철민(가명)이가 나보다 먼저 죽어야 내가 편히 눈을 감을텐데…' 그러세요. "

자폐를 앓고 있는 최철민(초등5)군의 누나(고3)는 "동생 걱정에 잠 못이루는 부모님을 볼 때마다 마음이 무겁다" 며 눈시울을 붉혔다.

장애아의 형제들은 남보다 뛰어나야 한다는 부담감에 어깨가 무겁다. 부모들이 한편으로 장애 자녀의 형제들에게 동생이나 형의 몫까지 많은 기대를 걸기 때문이다.

"나리가 몸이 불편한 대신 두상이가 남보다 공부든 운동이든 잘 했으면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도 사실이죠. " 나리양의 어머니 전영숙(40)씨의 말이다.

장애아들의 장래에 관한 염려 역시 장애아 형제들이 피해갈 수 없는 부담이다.

" '철민이 때문에 너 시집 못가는 것 아니냐' 는 걱정도 주변에서 많이 들어요. 하지만 저보다도 제 동생이 더 큰 일이죠. " 누나는 평생 누군가의 보살핌을 받아야 하는 동생의 앞날이 항상 고민이다.

전문가들은 형제가 겪는 장애를 자신은 겪지 않는다는 것 혹은 자기 때문에 형제가 장애를 얻게 된 것은 아닌가에 대한 죄책감 또한 이들이 겪는 어려움 중 하나라고 말한다.

◇ 비장애 자녀에게 항상 미안한 부모〓장애 아동과 비장애 아동을 함께 키우는 부모들은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 가는 비장애 자녀에게 미안한 마음이다.

1급 시각장애를 가진 아들 이찬이(초등5)와 정상아인 딸 경희(초등3)를 키우는 주부 김진이(39)씨는 "큰 애는 눈이 안보여 신체 장애자가 됐지만 동생은 사랑이 부족해 정서적 장애자가 되는 건 아닌가 걱정한다" 고 말했다.

김씨는 "찬이 때문에 경희를 희생시켜서는 안된다고 다짐하지만 눈이 안보이는 아들에게 항상 손이 먼저 가다보니 뜻대로 잘 되지 않는다" 며 안타까워 했다.

◇ 비장애 자녀와 함께하는 시간을 가져라〓전문가들은 "비장애 자녀도 자신이 사랑과 관심을 받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게 해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고 말한다.

성베드로 학교 전교사는 "장애아의 형제들이 어린 경우 자신의 형제가 겪는 장애에 대해 제대로 몰라 불필요한 두려움을 가지게 되는 경우가 있다" 며 "부모들이 장애 아동이 처한 상황을 정확하게 알려주는 것이 첫째로 할 일" 이라고 말했다.

삼성서울병원 정유숙 교수는 "비장애 자녀에게만 '네가 참아라' 라고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것은 자칫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줄 수도 있다" 며 "비장애 자녀와 이야기를 나누고 요구를 들어주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고 말했다.

정교수는 "현실적으로 어머니 혼자서는 장애 자녀 한명을 돌보는 것만으로도 벅찬 만큼 다른 가족이나 주변의 도움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안된다" 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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