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 파묻힌 집 종잇장처럼 구겨져…장수 산사태 50대 귀촌부부 숨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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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북 전역에 연일 폭우가 쏟아진 가운데 8일 장수군에서 발생한 산사태로 매몰된 주택에서 50대 부부가 숨진 채 발견됐다. 서울에 살던 이들 부부는 퇴직 후 3년 전 장수에 귀촌했다가 장맛비에 무너진 야산이 집을 덮치면서 변을 당했다.

전북 장수군 번암면 산사태 발생 #야산 중턱 1층 조립식 주택 덮쳐 #3년 전 귀촌한 부부 숨진 채 발견

 9일 전북소방본부에 따르면 전날 오후 10시 40분과 45분 사이 장수군 번암면 교동리 한 마을 야산 중턱에 있는 1층 조립식 주택에서 집주인 A씨(59·남)와 B씨(59·여) 부부가 잇달아 숨진 채 발견됐다. A씨 부부는 집 주방 쪽에서 토사에 파묻힌 상태였다고 전북소방본부 관계자는 전했다.

 앞서 소방당국은 8일 오후 4시 42분쯤 "마을에서 산사태가 나 주택 한 채가 매몰됐다. 그 집에 부부가 산다"는 마을 이장의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했다. A씨 부부가 살던 주택은 당초 집이 있던 장소에서 20m가량 아래로 쓸려내려간 것으로 조사됐다. 진흙에 파묻힌 집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망가진 상태였다고 소방당국은 설명했다.

 20여 분 만에 현장에 도착한 소방당국은 산사태로 매몰된 집 안에 A씨 부부 등 2~3명이 있을 것으로 보고 굴착기 3대와 인력 90여 명을 동원해 구조 작업에 나섰다. 하지만 날이 저문 데다 비는 계속 내리고 사고 현장에서는 2차 붕괴 우려마저 있어 수색 작업에 난항을 겪었다. 소방당국은 신고 접수 6시간 만에 A씨 부부를 찾아냈지만, 모두 숨졌다.

 A씨 부부는 서울에 거주하다 퇴직하고 3년 전 장수에 터를 잡은 것으로 파악됐다. 당초 해당 집에 A씨 부부 자녀까지 최대 3명이 매몰된 것으로 추정됐으나 자녀는 수도권에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A씨 부부 시신은 전주의 한 장례식장에 옮겨진 상태다.

 소방당국은 300㎜가 넘는 폭우로 인해 A씨 부부 집이 자리한 야산 일부가 무너져내리면서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있다. 전주기상지청에 따르면 호우경보가 내려진 장수의 누적 강수량은 지난 7일부터 9일 오전 8시까지 333.5㎜를 기록했다.

 전북소방본부 관계자는 "A씨 부부가 사는 주택이 마을에서 외진 곳에 있어 사고 현장이 뒤늦게 발견된 것 같다"며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수=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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