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의 급성합병증

중앙일보

입력

많은 합병증중에서도 급성합병증은 자신의 부주의와 무관심에 의해 유발되는 경우가 많다.

설탕이 놓인 옆에 물을 흘리면 그 물을 설탕이 흡수한다. 다른 말로 표현한다면 설탕이 물을 끌어 당기는 것이다.

또다른 식으로 이야기하면 물이 스며든 것이다. 한자로 바꾸어 쓰면 물이 스며 들었으니 삼(渗), 통할 투(透)를 묶어 삼투성(渗透性)이라 한다.

삼투성에 의해 생겨나는 압력을 삼투압이라 부르는 것은 당연하다. 더구나 설탕이 농도가 짙으면 짙을수록 삼투성이 크고 삼투압이 커질 것도 쉽게 이해된다.

즉, 혈당의 조절이 두드러지게 안되어 혈액 속의 당의 농도가 600 밀리그램 퍼센터(물론 딱 정해진 기준은 아니다) 이상이 되면 몸안의 대사균형이 깨어지고 수분과 전해질의 상태가 교란되어 의식혼미와 결국엔 혼수, 불행한 지경에 이르는 고삼투압성비케톤성혼수라는 얼핏 알아듣기 힘든 당뇨병의 급성합병증이 오게 된다.

고삼투압성비케톤성혼수가 당뇨병성케톤산증과 다른 점은 혈당이 더 높아져 실제 환자의 평균 혈당이 1000 밀리그램에 달하고, 또한 케톤산증이 없다는 것이다.

인슐린이 전연 없어서 저장했던 지방질을 사용하여 다량의 케톤체를 만들어야 하는 당뇨병성케톤산증과 달리 얼마간의 인슐린은 남아 있는 인슐린비의존성당뇨병에서는 지방이 분해되어 케톤체가 다량 만들어지는 상태까지 이르지는 않는 터라 케톤산증은 안온다.

아울러, 인슐린비의존성당뇨병에서 생기는 고삼투압성비케톤성혼수는 주로 50세이후에 오는 것으로 노인(老人)당뇨병의 주요한 질병상황의 하나인데, 바로 노인에서 많이 발생하는 이유로 갈증을 느끼는 감각의 저하로 콩팥기능의 저하 등에 의해 탈수가 더 당뇨병성케톤산증에 비해 훨씬 심하다.

또한 구토와 같은 조짐이 뚜렷하지 않아 상당히 진행된 뒤에야 발견되고, 진단되는 것도 탈수가 심한 이유이다.

고삼투압성비케톤성혼수는 앞에 언급한 바와 같이 나이가 든 환자에서 많다. 입원환자의 1000명중에 1명꼴로 이 병으로 판명되고 있다.

고삼투압성비케톤성혼수는 원래 당뇨병이 있던 경우에 오는 것이 대부분이나 전혀 모르고 있다가 혼수직전에 당뇨병이 발견되는 수도 있다. 물론 모르고 지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증상이 전혀 없는 무증상당뇨병이 노인에선 일반의 15%보다 더 많은 것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가 된다.

당뇨병이 있는 노인이 제대로 관리를 안하다가 어떠한 요인에 의해 인슐린요구량이 급증하는데에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해서 혈당이 상승하게 된다. 그러한 요인들을 연구조사해보면, 감염이나 염증이 전체의 40%를 차지하고 그 다음으로 이뇨제의 사용, 심근경색증, 췌장염, 뇌졸중 등이 포함된다.

특히 고삼투압성비케톤성혼수가 환자의 38%가 이뇨제를 쓰고 있었다는 보고도 있다. 이뇨제를 잘못 남용하여 탈수, 전해질이산이 오고 혈당이 상승하면서 문제가 생긴 것이다. 기왕 약물이 언급되었으니 몇가지 더 들어보면, 부신피질 호르몬제, 페니토인(딜란던 이라고도함), 베타수용체차단제, 칼슘통로차단제 등도 고삼투압성비케톤성혼수를 유발시킬 수 있는 약제이다.

역시 당뇨병, 특히 노인당뇨병에서의 약물의 사용은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고삼투압성비케톤성혼수는 절대로 급히 병원에 옮겨져 지극히 전문적인 치료를 받아야 한다. 동시에 유발요인, 유발질환을 치료해야한다.

철저한 치료를 간과하면 그 사망률이 12∼42%에 이르는 중한 병적 상태인 까닭이다. 특별히 70세이상 노인에서의 고삼투압성비케톤성혼수의 사망률은 훨씬 높다.

많은 합병증중에서도 급성합병증은 자신의 부주의와 무관심에 의해 유발되는 경우가 많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