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락사 옹호 의사 명예훼손 소송 패소

중앙일보

입력

`죽음의 의사'로 널리 알려진 미국의 잭 케보키언(71) 박사가 자신을 `살인자'로 부른 데 항의해 제기한 소송에서 패소했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23일 케보키언 박사가 미국의학협회 등이 자신을 `범죄적 행위에 관여한 살인자'라고 부른 것은 명예 훼손에 해당된다며 1천만달러의 손해배상을 요구한 데 대해 아무런 논평을 달지 않은 채 항소심 판결을 지지했다.

앞서 미주리 고등법원은 케보키언 박사의 전국적 또는 지역적 명성에 비춰 그를 살인자로 부르건 성자로 부르건 큰 의미가 없으므로 문제의 표현은 명예 훼손에 해당되지 않으며 공인에 대한 공중의 우려를 표명하는 권리는 헌법에 보장돼 있다며 케보키언 박사의 상고를 기각했다.

케보키언 박사는 시카고에 있는 의학협회와 이 협회의 일부 간부가 지난 1995년 "무모한 죽음의 도구로 쓰이고 있을 뿐이며 공중에 커다란 위협을 제기하고 있다"고 말함으로써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이듬해 소송을 제기했다.

은퇴한 병리학자인 케보키언 박사는 지난 1998년9월 루게릭병 환자에게 독극물을 주입,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녹화한 뒤 CBS 방송을 통해 방영했다가 2급 살인 혐의가 인정돼 10-25년 형을 선고받고 수감돼 있다.

케보키언 박사의 변호인은 상고심에서 케보키언 박사가 공인으로 명예훼손의 대상이 아니라는 항소심의 판결 논지에 이의를 제기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한편 케보키언 박사는 지난 10일 비영리 단체인 글라이츠만 재단이 주는 인도주의 시민상과 함께 상금 5만달러를 받는 등 그에 대한 여론은 크게 엇갈려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이도선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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