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료수병도 훌륭한 화분 꾸미기 소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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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집 '리주' (LEE JOO.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들어서면 온통 재미있는 화분과 꽃다발이 가득하다.

키가 껑충하게 큰 주인 이주학(32)씨가 가리키는 선반마다 새집을 달고 있는 화분, 바구니에서 자라는 호접란, 사과 궤짝에 담긴 각종 난초들, 박카스 병으로 만든 꽃병 등이 들어서는 사람들의 시선을 붙잡는다.

길을 걸어갈 때나 음식을 먹을 때도 화분에 응용할 아이디어를 찾느라 바쁜 그에게는 거리의 돌멩이나 버려진 종이 한장도 훌륭한 화분 꾸미기 소품이 된다.

일주일에도 몇번씩이나 고속버스터미널과 동대문 시장을 뒤지며 독특한 화분이나 재료들을 구하러 다니는 것은 물론이다.

지난달 개발한 '금줄' 이나 말린 장미꽃으로 만든 '포푸리 리스' , 와인잔에 담은 아이비 등은 히트 아이디어.

특히, 유명 산부인과 근처에 위치해 있어 아이 낳은 엄마들에게 금줄은 인기 만점이었다.

이씨가 이 집의 문을 연 것은 1999년 9월. 대학에서 회계학을 전공하고 일반 회사의 영업직으로 근무하던 96년 우연히 시작한 꽃꽂이가 인연이 됐다.

97년부터는 하얏트 호텔 직영 꽃집을 관리하다가 자신의 꽃집을 열었다. 처음엔 가족들의 반대가 만만치 않았지만 어느 날 점을 치고 온 어머니가 '네 사주에 꽃이 있다더라' 며 적극 찬성으로 돌아서면서 가족들도 후원자가 돼버렸다.

그래서인지 꽃과 관련된 일은 뭐든지 잘 풀리고, 새로운 아이디어도 뿅뿅 솟는 이씨다.

"꽃나무나 화초들을 특이하고 예쁜 그릇에 담으면 일반적인 화분이나 화단에 심는 것보다 새로운 기분을 느낄 수 있어요. 또 못쓰는 대바구니에 일년생 꽃이나 화초들을 담으면 예쁜 미니화분이 되지요. 화단이 없는 아파트에서 활용하면 좋아요" .

언제나 재미있는 아이디어로 활기에 찬 꽃집 덕분에 주변의 사무실 직원들로 반쯤은 꽃 박사가 됐다. 건물 이층의 사무실에 근무하는 서영주(32)씨는 "출근 길에 꽃집을 지날 때면 언제나 즐겁다" 며 " '오늘은 또 어떤 아이디어로 꽃 화분을 꾸몄을까' 하며 기웃거리게 된다" 고 말한다.

또 "단골 손님들에게는 공짜로 가르쳐 주는 화분 꾸미는 법, 버리는 바구니나 말린 꽃 재활용하는 법 등을 응용해보며 생활의 활력을 얻는다" 고 귀띔한다.

혹시 시들시들해지고 있는 화초가 있다면 "물을 주면서 정답게 말을 걸어보라" 는 것이 이씨의 조언. "주인의 정성스런 마음은 식물에게도 전해지게 마련" 이라며 장난스런 미소를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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