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동네 어린이들 "아파도 참는다"

중앙일보

입력

지난달 12일 신림종합사회복지관과 취재팀은 19명의 초등학생에게 생활태도를 물어봤다. 아이들은 난곡 내 신림7동 산101, 104의 재개발 예정지역에 살고 있다.

'공부하면 성공할 수 있다고 보느냐' 는 질문에 여섯 명(32%) 만이 '그렇다' 고 했다. 나머지는 '그렇지 않다' (3명) , '모르겠다' (10명) 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어린이들의 가장 큰 소망은 '부모님이 일찍 들어와 함께 놀아줬으면' 하는 것이었다. 11명이 이렇게 답했다.

'몸이 아프면 어떻게 하느냐' 는 질문에 일곱 명(37%) 이 '내가 알아서 약을 바르거나 먹고, 누구에게도 얘기하지 않고 견딘다' 고 답했다.

아파도 병을 방치하는 이유에 대해 어린이들은 '돈이 없어 얘기해도 병원에 갈 수 없어서' '부모님이 힘들어 하실까봐' 라고 말했다.

저소득층 어머니들은 보육 문제에도 큰 불편을 느끼고 있다. 초.중.고교생 자녀를 둔 40세 이하 여성 24명 중 절반 이상(54%) 이 자녀 문제로 직업 선택에 제약을 받는다고 응답했다.

초등학생과 취학 전 자녀들은 대부분 가족이 돌보고 있지만(65%) , 혼자 방치된 경우도 16%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여중생 A양은 얼마 전 학교 선배들과 함께 이웃집을 털었다. 현금.수표 40여만원과 양말 몇 켤레를 훔쳤다. A양은 훔친 양말을 신고 다니다 경찰에 잡혔다.

이들은 가출해 PC방과 동네 빈집을 오가며 담배를 피우고 술을 마셨다. 막노동을 하는 아버지와 단둘이 사는 A양은 경찰에서 "학교에 다닌다고 인생이 별로 나아질 것 같지 않다" 며 "공부에는 미련이 없다" 고 말했다.

가정과 교육체계에서 방치된 저소득층 아이들 - . 이들의 절망은 곧 가난의 고착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취재팀의 가계조사 결과 초.중.고교생 자녀가 있는 저소득 주민 63가구 중 48가구(76%) 는 각종 학원비를 한푼도 쓰지 않는다. 15가구(24%) 만 학원을 보내고 있으며, 그나마 이 중 약 40%는 월 5만원 정도를 지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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