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도 기업처럼 마케팅하면 안되나

중앙일보

입력

얼마 전부터 병원장인 철이 아빠의 얼굴에는 근심이 가득합니다. 몇 억원이나 되는 의료장비를 도입했는데 환자가 늘지않아 걱정이랍니다.

철이 생각에는 TV나 신문에 광고를 내면 될 텐데 아빠는 그것이 불법이라고 하십니다.

왜 병원은 좋은 설비나 잘하는 치료방법을 광고할 수 없을까요.

대체로 기업들은 다음 네가지 마케팅전략을 폅니다.

첫째는 제품전략입니다. 매운 맛의 신라면 시장을 빼앗기 위해 열라면이나 핫라면으로 뒤를 좇기도 하고, 면발의 강점을 내세워 수타면이라는 라면을 만들어내기도 하죠.

둘째는 가격전략입니다. 적게 팔리더라도 비싼 가격을 붙여 이윤을 높이는가 하면, 싸게 많이 파는 방법을 택하기도 합니다. 셋째는 유통전략입니다.

예컨대 어떤 화장품은 방문판매로만 살 수 있지만, 다른 제품은 백화점에나 가서야 살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판매촉진 전략입니다. TV나 신문 중 어디에 광고를 내야 할지, 또는 어떤 탤런트를 모델로 써야 매출액이 늘어날지 연구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의료는 이러한 마케팅 전략을 적용하기에 어려운 점이 많습니다. 우선 국가는 의사가 환자에게 받는 가격, 즉 의료비를 통제합니다. 가격전략이 통하질 않습니다.

다음은 의료(상품)의 질을 통제합니다. 컴퓨터와 같은 공산품의 질은 시장의 기능에 맡겨집니다. 고객이 판단해 결정하라는 것이지요.

하지만 의료는 엄격한 시험과정을 통과하지 못하면 함부로 환자에게 적용할 수 없도록 하고 있습니다.

광고 역시 병원 이름, 의사의 전공과목, 연락처 정도만 게재하도록 해서 판매촉진전략을 막고 있죠.

이렇게 정부가 적극 개입하는 것은 생명의 존엄성과 경외심 때문입니다. 게다가 건강은 돈이 있건 없건 모든 사람이 누려야 할 권리라는 생각이 담겨 있지요.

요즘 이런 생각이 조금은 바뀌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의료도 상품개념을 도입해야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죠.

또 마케팅을 제한하면 어느 병원이 어떤 병을 잘 치료하고, 또 어떤 의료장비를 갖추고 있는지 환자들에게 정보를 줄 수 없다는 것도 이유지요.

하지만 광고제한을 풀고, 마케팅 개념을 도입한다고 해도 사람의 생명을 상품화할 수는 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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