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부동산 풍자 청원 ‘두 마리 치킨 규제하라’ 삭제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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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사진 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불쌍한 서민들이 폭등하는 닭값에 치킨 한 마리 못 먹는 것은 모두 호식이 두마리 치킨 같은 다치킨자들의 책임입니다. 호식이 두마리 치킨을 규제해주십시오.···누구나 평등하게 서민답게 개울 안 가재나 붕어, 개구리처럼 1인 1치킨으로 살아가게끔 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정부의 부동산 대책을 비판하는 풍자 게시물이 하루 만에 비공개로 전환돼 논란이다. 청와대는 특정 브랜드 명예를 훼손하면 안 된다는 원칙에 어긋나 삭제했다고 이유를 밝혔지만 네티즌들은 ‘풍자’도 못하냐고 비판을 내고 있다.

1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치킨계의 다주택자 호식이 두마리 치킨을 규제해주세요’라는 제목으로 ‘호식이두마리치킨’ 상호를 패러디해 정부의 부동산 대책을 비판하는 글이 올라왔다. 이 글은 1만2000명 이상의 동의를 받았지만 청와대 홈페이지 관리자 측에 의해 삭제됐다.

청원인은 이 글에서 주택을 ‘치킨’에 비유하고, 다주택자는 ‘다치킨자’, 일시적 2주택자는 ‘일시적 2치킨’으로 묘사했다.

청원인은 “자본가들이 한 번에 두 마리씩 맛있는 치킨을 시켜먹음으로 제한된 생닭의 물량을 빼앗아 닭의 시세를 올리고 한 달에 한번 치킨을 먹기도 어려운 서민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주기 때문에 적폐”라며 “치킨을 못 먹어 두 눈이 움푹 들어간 국민들은 다치킨자의 횡포에 죽어나갈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청원인은 부동산 정책의 세부 내용을 치킨을 통해 하나씩 풍자했다. “일시적 2치킨의 경우 한 마리를 다 먹은 후 나머지 한 마리를 1시간내 다 먹지 못하면 양도세로 징벌하고, 남은 치킨을 포장해 처자식의 배를 채우게 하는 부의 대물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정부가 7·10 대책을 통해 일시적 2주택자가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뒤 6개월 이내에 기존에 살던 집을 처분해야 한다는 대목을 비꼬았다.

또한 조정대상지역 등 부동산 규제지역 주택에 대한 징벌적 과세에 대해서는 “조정지역내에서 감히 치킨을 두 마리나 먹을 시 다리를 뜯으면 날개를, 날개를 뜯으면 어깨봉을, 퍽퍽한 가슴살을 뜯으면 닭 모가지를 보유세로 뜯어내 사회적 평들을 이뤄달라”고 했다. 단기 보유 주택의 취득세를 최대 12%까지 물리기로 한 것에 대해선 “치킨을 먹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또 치킨을 시켜먹으면 취득세 명목으로 뜯어내라”고 글을 이었다.

또한 “은퇴한 나이든 어르신이 비싼 메뉴를 드시려 하면 밥그릇 자체를 종부세 명목으로 박살 내 달라”며 고가 1주택을 가진 은퇴자의 종부세 부담이 대폭 늘어나는 것과 관련해 풍자했다.

아울러 청원인은 부동산 대책으로 인한 부작용도 “치킨 공급과 수요의 엇박자로 인한 생닭 가격의 폭등 및 일부 부유층 전용 하림 생닭 15호의 가격이 대폭등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적폐청산 지주토벌보다 중요한 게 어디 있겠느냐”라며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사진 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사진 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청와대는 15일 오후 2시께 이 청원을 ‘청원 요건에 위배된다’며 관리자에 의해 비공개 처리했다. 호식이 두마리치킨이란 상호명이 들어갔고 다른 식이 아닌 특정 브랜드의 이미지를 훼손하는 풍자를 했기 때문에 원칙에 어긋나 삭제했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이지영 기자 lee.jiyo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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