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협회 `처방전 2부 발행' 정면 거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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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의사협회(회장 김재정) 가 현행 의료법과 시행규칙에 명시돼 있는 `처방전 2부 발행' 의무 조항을 정면으로 거부하고 나서 `환자의 알 권리'를 무시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의협은 21일 성명을 통해 "처방전은 의사가 약사에게 주는 의약품 조제 지시 공문서이므로 개인이 보관할 필요가 없다"면서 "처방전 재사용에 따른 약화 사고 방지를 위해서도 처방전은 1매(약국 조제용) 만 발행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의협은 또 "처방에 대한 환자의 알 권리는 의료법 20조 등 관계 법령에 진료기록부 열람권으로 이미 보장돼 있다"면서 "약화사고시 책임소재 규명을 위해서는 약사의 조제내역서 발행을 의무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의협은 복지부가 지난달 처방전을 1부만 발행하는 의료기관을 강력히행정지도하라고 시.도에 요청하자, 곧바로 "처방전에 관한 정부와 의료계 간의 협의가 완료될 때까지 행정지도를 하지 말아달라"는 취지의 공문을 복지부에 보내기도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처방전은 환자보관용과 약국조제용으로 별도 발행되고 사용기간도 통상 3일 이내여서 재사용으로 인한 약화사고는 발생할 수 없다"면서 "또 보건의료 관계법령에 규정돼 있는 환자의 진료기록부 열람권은 사생활 보호의 의미가 강하며 실제로 열람권을 행사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정부가 의료계와 처방전 협의를 하려는 것은 처방전 서식과 내용을 간소화하는 데 목적이 있지 2부 발행의 원칙까지 바꾸자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작년 의정 협상 과정에서 의료계가 처방전 2부 발행 추가비용을 처방료에 반영해 달라고 요청해 프린터 구입비 등의 명목으로 매당 10원25전을 이미 가산해줬다"고 말했다.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또 "약사가 처방내용과 다르게 조제했을 경우에는 그 변경된 내용을 환자보관용 처방전에 기재토록 현행 약사법에 규정돼 있다"면서 "따라서 별도의 조제내역서 발행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주장은 전혀 설득력이 없다"고 반박했다.

경실련 관계자는 "의협이 이번 성명에서 처방전을 `약사에 대한 조제 지시서'로규정한 것은 의약분업 정신과 약사의 고유 직능을 완전 무시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한기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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