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검사장 발언록 전문 대신 4줄짜리 취합본 공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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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이른바 ‘검언 유착’ 의혹 사건 수사지휘에 대해 논의한 전국 검사장 회의에서 수사지휘가 위법·부당하다는 공통 의견이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당초 회의 발언록 전문 공개까지 검토했던 대검찰청은 숙고 끝에 4줄짜리 발언 취합본을 공개했다.

“검찰총장 지휘감독 배제 부당” 의견 #윤석열, 별도 입장 없이 숙고 들어가

당초 대검은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 등을 통해 회의록 전문을 공개함으로써 ‘수사 재지휘’의 필요성을 일선 검사들과 국민에게 설명하려 했으나 “검사장들의 통일된 의견을 명확하게 전달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건의 내용 발표로 선회했다고 한다.

대검 발표문에 따르면 지난 3일 전국 검사장들은 ‘채널A와 검사장 간 유착 의혹’ 사건을 두고 “검찰총장은 전문수사자문단 절차를 중단하는 게 상당하고 공정한 수사를 위해 독립적인 특임검사 도입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또 추 장관의 수사지휘 중 검찰총장 지휘감독 배제 부분은 사실상 검찰총장의 직무를 정지하는 것이므로 위법 또는 부당하다고 못 박았다. 이 사건은 검찰총장의 거취와 연계될 사안이 아니다는 점도 회의 참석자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고 한다.

앞서 추 장관은 2일 대검에 이번 수사의 적정성을 따지는 전문수사자문단 소집 중단과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에 대한 수사 독립성 보장을 지시했다.

6일 이런 내용을 보고받은 윤석열 총장은 숙고에 들어갔다. 검찰 안팎에선 윤 총장이 조만간 제3의 특임검사를 임명해 수사를 맡겨야 한다는 안과 수사지휘에서 손을 떼라는 추 장관의 지휘에 대해 재지시를 건의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이 나온다. 법무부 장관이 검찰청법에 규정된 총장의 수사지휘권을 박탈하는 건 위법이라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검사장들의 취합된 의견이 공개된 만큼 당분간 법무부의 답을 기다릴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윤 총장이 별도의 입장을 정리해 발표할 경우 ‘항명(抗命)’했다고 공격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감안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특임검사 수용은 불가 입장이라고 한다. 현재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법무부의 한 관계자는 “검사장 회의 결과를 공개했다고 다가 아니다. 윤 총장이 직접 입장을 밝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총장이 헌법재판소에 헌법 해석을 통해 국가기관 간 권한을 결정하는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정유진 기자 jung.yoo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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