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부모와 동거 강요한 남편은 이혼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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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아내에게 시부모와 함께 살기를 강요한 남편에게 이혼의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변호사인 남편 A씨(32)와 부인 B씨(32)는 2000년 인터넷 동창회 사이트를 통해 만나 지난해 4월 결혼했다. 당시 A씨는 사법연수원생이었다. 두 사람은 처음에는 단독으로 신접 살림을 차렸다.

하지만 당시 결혼 3개월 만에 남편의 제의로 시부모와 함께 생활하면서 둘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A씨는 시부모를 모셔야 한다는 자신의 뜻을 B씨가 순순히 받아들인 줄 알았다. 하지만 B씨는 뒤늦게 "시부모와의 동거가 부담스럽다"고 말한 뒤 친정집에 갔다가 이틀 만에 돌아왔다. 이 일로 다투게 된 둘은 이후 대화가 뜸해졌다.

남편은 또 부인이 자신의 친구 부인에게 "시부모가 무식하다"는 등의 하소연을 한 사실을 알고나서는 부인과의 관계 회복을 위한 노력도 거의 하지 않았다. 이후 사법연수원 공부 때문에 남편이 집을 비운 사이 B씨는 친정에 갔고, 시댁으로 돌아왔을 때 집 열쇠가 바뀌어 있었다.

결국 B씨는 결혼 8개월만인 지난해 12월 남편을 상대로 이혼소송을 냈고, 남편도 맞소송을 제기했다.

서울가정법원 가사3부(재판장 李康源부장판사)는 7일 "시댁과의 갈등 극복을 위해 적극적 노력을 하지 않은 아내보다 시부모를 모시는 새색시의 부담을 헤아리지 못한 남편 책임이 더 크다"며 "남편은 이혼과 함께 위자료 3천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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