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구소, 가려움 감지 신경세포 발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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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몸이 어떻게 가려움을 감지해서 긁게 만드는지 그 수수께끼가 풀림으로써 소양증(搔痒症)의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미국 배로우 신경연구소의 데이비드 앤드루 박사는 의학전문지 '자연신경과학' 1월호에 발표한 연구보고서에서 가려움이 발생하면 일단의 특정 신경세포가 활성화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가려움이 어떻게 감지되는지에 대해서는 과학자들간에 몇년째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일부 학자들은 가려움이 실제로는 통증의 한가지 형태라고 믿고 있는가 하면 가려움을 통제하는 특수 뇌세포가 있다고 의심하는 학자들도 있다.

앤드루 박사는 고양이의 피부에 가려움을 유발하는 물질인 히스타민을 투여하자 1-3분만에 배각(背角)이라고 불리는 척수부위에 있는 일단의 신경세포들이 반응을 나타내기 시작해 5분만에 활동이 최고조에 이르렀으며 일부 신경세포들은 반응이 30분까지 계속되었다고 밝혔다.

이는 가려움을 감지하는 특정 신경세포가 있음을 뒷받침하는 강력한 증거라고 앤드루 박사는 말했다.

앤드루 박사는 가려움과 통증은 신경통로는 같을지 몰라도 가려움에 민감한 신경세포는 통증과 연관된 신경세포와는 다르다는 사실을 이 실험결과는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독일 에어랑겐에 있는 생리학연구소의 마르틴 슈멜츠 박사는 이 연구보고서와 함께 실린 논평을 통해 가려움을 관장하는 신경의 발견은 가려움의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앤드루 박사는 이 발견이 에이즈, 신부전, 간질환 환자들이 겪는 소양증의 치료법을 개선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로스엔젤레스=연합뉴스) 권오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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