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 안듣는 이질균 제주도서 첫 발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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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한 효능의 항생제에도 죽지 않는 이질균이 국내 환자에게서 처음 발견됐다.

서울대 의대 소아과 이환종 교수는 3일 "지난해 10월 제주도에서 발생한 이질환자 중 초등학생 高모군의 대변을 검사한 결과 기존 세파계 항생제에 죽지 않는 신종 내성균이 확인됐다" 고 말했다.

신종 내성균은 세파계 항생제를 분해하는 효소를 스스로 만들어내는 돌연변이로 지금까지 학계에 보고되긴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대해 국립보건원 역학조사과 양병국 과장은 "현재 高군 외에도 의심되는 이질환자 서너 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11월 관련 전문가에게 의뢰해 신종 내성균이 발생한 원인을 정밀조사 중" 이라고 밝혔다.

이질은 발견 즉시 격리가 필요한 제1종 법정전염병으로 지난해 제주도에서 1천7백여명의 환자가 발생했다.

세파계 항생제는 페니실린.스트렙토마이신에 이어 개발된 강력한 항생제로 현재 국내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다.

울산대 의대 임상병리과 배직현 명예교수는 "이질은 생명을 위협하진 않지만 우리 주변에서 가장 흔하고 전염력이 강한 전염병" 이라며 "다른 나라에서 보지 못한 이질 내성균이 발견됐다는 사실은 국내에 만연한 항생제 남.오용에 대한 경종" 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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