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VC 유아용 장난감 유통 여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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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호르몬으로 추정되는 각종 가소제가 든 유아용 PVC(염화비닐수지) 완구가 시중에 다수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녹색소비자연대는 지난달 27일부터 닷새간 서울, 경기 및 대구 지역 대형 백화점과 유아완구점 등 46곳에서 판매중인 유아용 젖꼭지 등을 조사한 결과 가소제 함유로 위해성 논란을 빚고 있는 PVC 제품이 다수 유통중인 것으로 조사됐다고 7일 밝혔다.

조사결과 PVC 소재 제품은 12개사 15개 품목이었으며 3개사 5개 제품은 성분을 PVC,PE 등으로 표시하지 않고'플라스틱', '합성수지', '무독성 비닐'등으로만 표시해 정확한 성분조사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7개사 11개 제품은 성분표시조차 없었다.

원래 딱딱한 물질인 PVC는 프탈산계(phthalates, DEHP, DINP, DBP 등) 가소제나 아디핀산계(adipates,DHEA 등) 가소제를 사용해 유연성과 탄력성을 높인 뒤 제품화된다.

PVC 소재 장난감은 지난 98년 한국소비자보호원이 용출 실험을 통해 가소제가 다량 들어있는 것을 밝혀낸 뒤 한동안 시중에서 사라진 듯 했으나 이번 조사를 통해 여전히 이들 제품이 버젓이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작년에도 소보원이 15개 제품을 대상으로 유아들이 빨거나 씹는 상황을 설정한뒤 조사한 결과 모든 제품에서 가소제가 검출돼 충격을 주었었다.

한편 이번에 PVC를 사용한 것으로 조사된 제조사 가운데 7개 업체는 작년 소보원 용출실험 때도 지적받은 업체여서 정부 당국의 안이한 사후조치도 문제로 지적됐다.

가소제는 미국 환경청(EPA) 등 선진국에서는 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물질로 사용을 규제하고 있다.

인하대 산업의학과 임종한 교수는 "현재 완구류는 성분 표시를 안전검사기준으로 정하고 있지 않아 사실상 규제가 어렵다"며 "근본적으로 PVC소재 사용을 줄이도록 정부가 규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이광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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