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미래] 한글 만들때 음성공학도 알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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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훈민정음은 세종대왕의 세계적인 걸작품으로 꼽힌다. 의도적으로 문자를 만들고, 특정한 날에 반포까지 한 문자는 없다. 즉, 만든 사람과 생일을 가진 것이다. 그것도 정교한 음성공학을 이용하고 있다.

세종대왕 탄신 6백돌이었던 1999년 당시 미국 시카고 대학의 언어학자였던 제임스 매콜리 교수는 20년 동안 한글날을 기념하고 있다고 할 정도였다. 언어학자로서 세계의 위대한 유산이 탄생한 날을 기념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미국 UCLA 의대 다이아몬드 교수는 과학잡지인 디스커버리 94년 6월호에 '한글이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알파벳'이라는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한글은 정보화시대에도 세계 어느 문자에 비해 경쟁력을 가졌다. 컴퓨터 자판에서 자음은 왼쪽, 모음은 오른쪽에 배치해 자음과 모음을 번갈아 치면 문자가 완성된다. 이는 손가락의 피로도를 적절히 분배할 수 있는 등 인체공학적으로 생산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또 한 글자는 하나의 음만을 갖는다는 것도 음성인식.음성합성 등에 아주 유리하다. 이런 특성은 말로 모든 기기를 움직이게 될 미래 사회에서는 아주 중요한 이점이다. 모음 'ㅏ'의 경우 '가''라'등 어느 자음과 합해져도 동일한 음을 갖는다. 여러 글자가 있는 단어 중 어느 위치에 있는가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로마자와 몽골문자는 알파벳의 위치에 따라 발음이 달라지는 등 복잡하다. 로마자의 a의 경우 '어, 아, 애' 등 위치.단어에 따라 다섯가지 발음이 나기 때문에 옆에 발음기호를 적어줘야 정확한 발음을 안다.

중국어는 자판에 글자를 수용할 수 없어 로마자를 거쳐 입력하며, 일본어도 한자를 많이 쓰기 때문에 정보처리 속도가 늦을 수 밖에 없다.

박방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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