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서도 목 짓눌러 수갑 채웠다···인권위 "경찰 공권력 남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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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는 공사장 입구에 주차된 차량의 이동 요구에 응하지 않는다며 차주에게 물리력을 동원해 수갑을 채운 경찰에 대해 징계를 권고했다고 3일 밝혔다. 중앙포토

국가인권위원회는 공사장 입구에 주차된 차량의 이동 요구에 응하지 않는다며 차주에게 물리력을 동원해 수갑을 채운 경찰에 대해 징계를 권고했다고 3일 밝혔다. 중앙포토

미국에서 백인 경찰이 흑인 남성의 목을 짓눌러 사망케 한 사건이 국제적 공분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유사한 과잉진압 사건이 접수돼 국가인권위원회가 3일 해당 경찰관과 경찰서장에 징계와 직무교육을 권고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해당 사건의 진정인 A씨는 지난해 10월 집 주변 공사장에 소음문제로 항의방문했다가 현장 입구에 1시간 정도 주차했다. 이후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A씨에게 차량 이동을 요구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A씨는 “경찰 출동 후 차를 옮기려고 했으나 긴급체포를 당했고 경찰이 손목을 비틀고 무릎으로 목을 누르며 과도한 물리력을 사용했다”고 주장하며 인권위에 진정을 냈다.

인권위 조사 결과 신고를 받고 현장에 도착한 경찰은 전산조회를 통해 차주가 A씨임을 확인, 자택을 찾아 그와 함께 공사장으로 이동했다. 그러나 경찰은 A씨가 차량 이동을 거부해 현장에서 긴급체포했다.

긴급체포된 A씨는 차량을 이동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지만 경찰은 “이미 체포했다”면서 A씨의 의사를 수용하지 않았다. 이후 경찰은 A씨가 수갑 차기를 거부하자 그의 어깨를 잡고 무릎으로 목 부위를 눌러 수갑을 채웠다.

인권위는 “경찰은 A씨가 차량이동을 계속 거부해 긴급체포를 할 수 밖에 없었다며 정당성을 주장하지만, 경찰이 A씨 신원을 확인했고 이후 현장으로 이동한 상황을 고려하면 긴급체포의 합리성이 현저히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또한 “헌법과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긴급체포는 최소한의 필요 범위 안에서 남용이 없도록 적용되어야 한다”며 “이처럼 체포행위의 위법성이 확인된 이상 체포 이후 수갑 사용과 신체 수색 등 신체 구속과 관련된 일체 행위 또한 적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박광수 기자 park.kwang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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