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의사가 의사 비판 책 펴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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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의사가 의료현장에서 벌어지는 각종 의료사고와 일부 의사의 비윤리적 행태를 고발한 책을 내놓았다.

사이버 처방전 논란을 불렀던 아파요닷컴의 대표이사인 법의학연구소 민경찬(閔景燦.40) 원장은 ´히포크라테스의 배신자들´ 이란 책에서 "공공 이익을 위해 부여받은 독점적인 지식과 학문을 파렴치한 동료를 보호하는 무기로 사용하지 말라" 고 의사들을 질타했다.

전공의 파업과 의대교수들의 외래진료 중단 등 의료계의 집단행동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의료계의 치부를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그는 "다수의 순수한 의사들을 매도하기 위한 것이 아니며, 의료계 내부를 오염시키며 의사사회 전체를 왜곡시키는 소수의 잘못된 의사들을 걸러내기 위해 집필했다" 고 말했다.

閔원장은 인제대 의대에서 기초의학의 한 분야인 배상(賠償) 의학을 전공한 뒤 2년여간 개원하기도 했다.

1994년 법의학연구소를 연 뒤 소비자보호원 의료중재위원 활동을 겸하면서 보고 느낀 환자들의 사연과 의사들의 도덕불감증을 ´히포크라테스…´ 에 적나라하게 담은 것이다.

의사가 기본적인 검사도 안한 채 제왕절개 수술을 감행해 출혈과다로 아내를 잃고 술로 나날을 보내며 시름하는 남편, ´의사가 약을 많이 쓸수록 효과가 크다는 그릇된 지식으로 약물을 과다하게 투여하는 바람에 신부전증에 걸려 평생을 고통받고 있는 환자와 가족의 사연을 담고 있다.

악성 암으로 오진해 수술받고 불구자가 돼 가족으로부터 버림받은 환자, 배가 갑자기 아파 병원을 찾았는데 의사는 장이 꼬인 것을 모르고 오히려 뇌질환이 의심된다며 정신과 진찰을 받게 하는 바람에 치료시기를 놓쳐 사망한 환자에 이르기까지 각종 어처구니없는 의료과실의 실상도 싣고 있다.

의료사고 소송에서 동료 의사를 보호하기 위해 수술기록을 조작하고 엉터리 진술을 일삼는 파렴치한 의사들의 행태도 보여주고 있다.

閔원장은 "의사가 동료의 과실을 보호함으로써 또 다른 의료사고를 일으킬 수 있다" 고 경고했다. 그는 또 "의료사고와 분쟁에 대해 자신이 있기 때문에 학문적인 반론뿐 아니라 감정 섞인 비난도 감수할 각오가 돼 있다" 고 말했다.

閔원장은 "의료사고에 노출된 의사와 환자를 위해 의료분쟁 조정기구가 필요하며 소송전 조정을 거치는 분쟁조정 강제주의를 반드시 법제화해야 한다" 고 강조했다.

신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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