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즈 감염 밝힌 남아공 판사 ´스타´로 부상

중앙일보

입력

수백만명이 에이즈에 감염돼 고통스럽게 죽어가고 있는 남아공에서 한 현직 고위판사가 에이즈 감염 사실을 공개하고 서민들의 에이즈 치료를 촉구하고 나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남아공 고등법원 판사인 에드윈 카메론(47) 은 자신의 에이즈 감염 사실을 공개하면서 일반 주민들의 치료를 위한 에이즈 치료제 약값의 대폭적 인하와 남아공 정부의 무능을 맹렬히 비난하고 나서 현재 더반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 에이즈 회의의 ´최대 스타´로 각광을 받고있다.

카메론 판사는 본업인 법원보다 에이즈 관련 각종 패널에서 열변을 토하고 있으며 취재진의 관심은 물론 각국 회의대표들로부터 악수세례에 시달리고 있다.

남아공과 국제 인권단체, 에이즈 치료기구 관계자들은 카메론 판사의 용기를 치하하면서 다국적 제약업체의 폭리를 규탄하고 국제 에이즈 퇴치 운동의 상징으로서 그를 내세우고 있다.

동성애자인 카메론 판사가 자신의 에이즈 바이러스(HIV) 감염사실을 안 것은 지난 80년대말이나 그동안 가족등 가까운 친지들에게만 사실을 알려왔을 뿐 대외적으로 감염 사실을 감춰왔다.

그러나 각종 합병증상이 악화되면서 에이즈 감염사실을 감추기가 힘들어진데다 97년에는 에이즈 감염사실을 공개한 한 여성이 군중들로부터 맞아죽는 사건이 발생,카메론 판사는 자신의 감염 사실을 공개하기로 마음을 고쳐먹었다.

보수적인 남아공 사회의 분위기하에서 자신과 같은 특수한 보호를 받는 상류층인사들이 에이즈 감염 사실을 감출 경우 일반인들의 공개는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고 판단한 때문이었다.

카메론 판사는 지난 4월 남아공 최고법원인 헌법재판소 판사 선임을 위한 청문회에서 자신의 에이즈 감염 사실을 밝혔다.

결국 헌법 재판관 선임에는 실패했으나 자신은 에이즈가 재판관 선임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은것으로 믿고있다.

카메론 판사는 이번 에이즈 회의에서 자신과 같은 특수층 사람들은 엄청난 약값을 부담할 수있어 살아남을 수있었다고 밝히면서 그러나 남아공내 2천450만 에이즈감염자 대부분은 약값을 낼 수없어 죽을 위기에 처해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남아공 정부는 물론 제약회사들과 국제기구들이 에이즈 감염자들을 위해 약값을 낮추는데 실패했다고 지적하면서 특히 자국 정부가 임신여성들에 대한 치료프로그램 마련에 소홀함으로써 신생아들의 에이즈 감염을 예방하는데 실패했다고 비난했다.

카메론 판사는 한편으로 다른 감염자들에게 자신의 예를 따르도록 강요할 생각은 없다고 덧붙였으나 에이즈에 감염된 상당수 상류층 인사들에게 ´공개´의 용기를 불어넣어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더반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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