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케이 "대만·한국 봐라, 아날로그 일본으론 코로나 못이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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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 행정, 멀어지는 출구”
일본의 권위지인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5일자 1면에 실은 과학기술부장의 분석기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일본 정부의 대응을 이 한마디로 평가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4일 기자회견에서 긴급사태선언을 31일까지 연기한 배경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4일 기자회견에서 긴급사태선언을 31일까지 연기한 배경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AP=연합뉴스]

5월6일을 시한으로 전국에 발령됐던 긴급사태선언을 이달말까지 연장하겠다는 아베 신조 (安倍晋三)총리의 발표에 대한 분석기사였다.

"민간협력,IT활용 세계적 추세와 동떨어져" #"좌우 안보고 상하 중심 행정 시스템 문제" #"대만과 한국은 IT,미국은 민간협력 활용"

닛케이는 “감염확대를 막기 위한 긴급사태 연장은 할 수 없는 선택이지만, 검사의 확충이나 의료 태세 강화 등 경제생활 재개를 위해 불가결한 대책들엔 진전이 없다”며 “경직된 행정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IT(정보기술)과 민간활용이라는 세계적인 표준에 뒤떨어진 채 바이러스와의 싸움에서 이기기는 어렵다”고 꼬집었다.

신문은 일본보다 먼저 코로나를 수습한 대만과 한국의 예를 언급했다. 이들 국가들은 코로나와의 전쟁에서 빅데이터와 스마트폰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고 했다.

대만의 경우엔 공적 보험이나 출입국 관리 등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감염 위험이 있는 사람들을 한발 빨리 찾아냈다. 한국은 밀접접촉자의 발견과 감시에 스마트폰을 활용했고, 이런 노력들이 출구전략에 크게 기여했다.

반면 “일본의 대책은 아날로그”라고 신문은 지적했다. “보건소 직원이 전화로 환자의 상태를 파악하고, 감염경로를 파악한다. 처음에는 이런 방식이 그나마 기능했지만, 감염자가 급증하면서 상황을 따라잡지 못하게 됐다”는 것이다.

감염폭발 이후 출구전략을 모색하고 있는 미국의 경우에도 월마트 등 민간기업의 협조를 받아 바이러스 검사를 크게 늘리고 있지만, 일본에선 정부와 민간기업과의 협조가 눈에 띄지 않는다고도 신문은 지적했다.

다른 나라에 비해 실적이 눈에 띄게 떨어지는 코로나 검사 문제만 해도 일본은 감염 초기부터 민간기관에 위탁하지 않고 보건소 등 정부 관련 기관만으로 검사주체를 한정했다.

닛케이는 “같은 행정부내에서도 코로나 대책은 후생노동성이 주로 담당하고 다른 부처들은 관여하지 않고 있다”며 “일본 행정은 횡적인 협조가 약하고 상하중심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신종 코로나 확산에 따른 긴급사태선언으로 대부분의 상점이 문을 닫는 등 직격탄을 맞은 도쿄의 번화가 가부키초, 지나가는 행인들이 대형 스크린으로 중계되는 아베 신조 총리의 4일 기자회견을 지켜보고 있다. [EPA=연합뉴스]

신종 코로나 확산에 따른 긴급사태선언으로 대부분의 상점이 문을 닫는 등 직격탄을 맞은 도쿄의 번화가 가부키초, 지나가는 행인들이 대형 스크린으로 중계되는 아베 신조 총리의 4일 기자회견을 지켜보고 있다. [EPA=연합뉴스]

행정을 비롯한 사회 각 부문의 아날로그식 풍토가 코로나와의 전쟁에서 일본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것이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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