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이읽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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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지놈사업의 완성으로 인간의 유전정보가 낱낱이 드러나고 유전자를 바꿔치는 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다.

DNA칩에 혈액 한 방울만 떨어뜨리면 질병유전자의 유무를 미리 알아낼 수 있고 질병유전자를 유전자 치환기술을 통해 정상유전자로 바꿀 수도 있다.

그러나 현 세대가 맞춤형 인간개조의 시대를 본격적으로 목격하기엔 이르다는 지적이 높다. 실용화되기까진 앞으로도 수십년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인체지놈사업의 완성은 단지 구조만 밝혀냈을뿐 기능은 여전히 오리무중인 상태다.

30억쌍에 달하는 염기벽돌의 위치가 낱낱이 밝혀지더라도 20억번째 염기벽돌이 무슨 일을 하는지는 아직 모른다는 의미다. 설령 기능이 모두 밝혀진다 하더라도 원하는 유전자만을 정밀하게 바꿔치는 기술은 쉽지 않다.

유전자 특정부위를 잘라내는 효소나 바이러스를 매개체로 유전자를 옮기는 방법이 동원되고 있으나 실제 사람에게 적용하기엔 조악한 수준이다.

자신에게 유방암 유전자가 있음을 확인해도 현재로서 최선은 보통사람이 1년에 한번 받으면 되는 유방엑스선검사를 6개월에 한번 받는 등 조기검진에 힘쓰는 것이 고작이란 의미다.

인격과 품성 등 인간의 정신영역은 유전자의 지배에서 자유롭다는 지적도 맞춤형 인간개조의 한계다.

피부색깔과 키는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게 된다 하더라도 영혼만은 후천적인 교육과 환경을 통해 주로 형성되기 때문이다.

유전적으로 1백% 동일한 일란성 쌍둥이일지라도 가정환경이 다를 경우 서로 다른 인격체로 양육됨은 이미 입증된 사실이다. 뇌를 만드는 것은 유전자지만 뇌를 움직이는 것은 유전자와 무관한 정신이란 의미다.

홍혜걸 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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