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 늦어도 역시… LG 윌슨 첫 등판 3.1이닝 1안타 무실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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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고척 히어로즈전에서 선발등판한 LG 타일러 윌슨. [뉴스1]

27일 고척 히어로즈전에서 선발등판한 LG 타일러 윌슨. [뉴스1]

컨디션이 100%가 아니어도 잘 던지는 투수가 좋은 투수다. LG 트윈스 타일러 윌슨(31)이 그렇다.

류중일 LG 감독은 시즌 초반 고민에 빠져 있다. 지난해 나란히 14승씩을 거둔 윌슨과 케이시 켈리가 팀에 뒤늦게 합류했기 때문이다. 두 선수는 지난달 7일 전지훈련을 마친 뒤 선수단과 함께 돌아오지 않고 미국으로 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심각한 한국보다는 가족에게 돌아가 훈련하는 게 낫다는 판단이었다.

한국으로 들어온 윌슨과 켈리, 라모스는 2주간 자가격리를 하느라 단체 훈련을 하지 못했다. 자연스럽게 페이스도 늦어졌다. 류 감독은 "개막 3연전(5.5~7일, 두산)에선 윌슨과 켈리 등판할 수 없다. 개막전 선발은 차우찬이 맡고, 윌슨은 NC와 3연전(8~10일)에서 나설 듯 하다"고 했다.

그런 상황에서 윌슨이 27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 연습경기에서 선발 등판했다. 연습경기지만 첫 실전인만큼 윌슨에게도, LG에게도 중요한 경기였다. 류중일 감독은 경기 전 "3이닝 정도를 던지게 할 생각"이라고 했다.

확실히 윌슨의 공은 지난해 정규시즌만 못했다. 구속은 최고 시속 140km대 초반에 머물렀다. 하지만 투심과 커브를 고루 섞어 키움 타자들을 요리했다. 이정후를 제외한 주전 야수들이 모두 나섰지만 여덟 타자 연속 범타로 처리했다. 3회 2사 이후 박준태에게 첫 안타를 허용하긴 했지만 1번타자 서건창을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이닝을 마무리했다.

3회까지 36구를 던진 윌슨은 4회에도 다시 마운드에 올랐다. 선두타자 전병우를 상대로 삼진을 이끌어낸 윌슨은 김하성과는 풀카운트 승부 끝에 볼넷을 줬다. 후속투수 이민호가 아웃카운트 두 개를 잘 잡아내면서 윌슨은 실점없이 경기를 마쳤다. 3과 3분의 1이닝 1피안타 1볼넷 4탈삼진 무실점. 출발은 늦겠지만 윌슨의 '에이스 모드'는 올해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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