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3회 VS 주3회´, 그리고 자신감

중앙일보

입력

최근 미국 오하이오주의 콜럼버스시에서는 유부녀들의 ‘이색 시위’가 있었다고 한다. 온갖 직업의 여성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외치는 말.
“남자들이여, 제발 우리 여자들에게 짜릿한 오르가슴을 달라(Reach orgasm:Have an orgasm).”

오죽했으면 그랬을까마는 “남자 망신 다 시킨다”는 말이 오갔을 법하다. 침실 속에서나 속삭일 말을 한낮에 거리에서, 그것도 여성들이 떼지어 몰려나와 시위까지 벌였으니 콜럼버스시의 남성들은 한동안 ‘기죽어’ 살았을 것 같다. 그들이 1주일에 몇 회의 섹스를 했는지는 모르지만 보통 여성들의 오르가슴은 횟수와도 많은 상관이 있다.

영국 콘돔회사인 듀레스사가 세계 14개국 성인 1만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미국인은 1년에 평균 148회, 프랑스인은 무려 151회 섹스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주일에 3회 정도다. 시간으로는 미국 남성이 25분으로 압도적이라고 한다. ‘의무방어전’이라는 말까지 하는 한국 중년 남성의 입장에서는 부러울 따름이다.

하지만 하루에 3회의 섹스를 하는 종족도 있다. 오세아니아의 아름다운 군도 폴리네시아. 이곳의 만가이족은 하룻밤에 평균 3회 정도의 섹스를 한다고 한다. 여기에 비하면 미국·프랑스인의 ‘주3회’도 ‘새 발의 피’로 여겨질 정도다.

이런 섹스 횟수는 보통 만가이족의 평균 결혼 연령인 18세 때부터 시작되어 28세까지 거의 10여년 간에 걸쳐 이뤄진다. 하지만 28세가 넘어가면 하루 2회로 줄어든다. 만가이족의 입장에서는 “정력이 떨어졌다”고 말할 수 있지만, 이 역시 서구인들에 비하면 상당한 횟수다. 최근에는 만가이족의 이 엄청난 섹스 파워를 연구하는 학자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하니 조만간 ‘만가이족의 비밀’은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종족, 혹은 민족의 섹스 횟수가 아닌 개인으로서의 ‘최고 정력가’를 꼽는다면 단연 빅토르 위고가 아닐까 싶다. 그는 하루에 4시간만 잠을 자고 나머지 시간은 글을 쓰고 성적 유희를 즐기며 보냈다고 한다. 20세에 결혼한 첫날밤 신부와 가졌던 섹스는 아홉번. 뿐만 아니라 그는 83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기 직전 4개월 동안 젊은 여자와 여덟번의 섹스를 했다고 하니 모든 남성들이 부러워할 만한 정력이라 아니할 수 없다.

만가이족의 섹스 파워, 그리고 빅토르 위고의 정력은 선천적일 수도 있고, 환경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감’과 ‘건강’이라고 할 수 있다. 신체에 특별한 문제가 있지 않는 한 대개 평범한 성인남성의 정력은 크게 편차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의학적으로 보자면 남성이 성행위를 잘 하지 못하는 이유는 성행위로 인해 유발되는 여러 감정들, 즉 열등감, 정신적 갈등, 혹은 초조감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조루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에게는 일시적으로 또는 자신감 부족으로 조루 현상이 올 수 있다. IMF 이후 ‘고개숙인 남성’이 많이 생긴 것도 사회적 자신감의 부족이 섹스 자신감을 떨어뜨린 결과라고 해석할 수 있다.

보통 사회적으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성적으로도 왕성하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미국·프랑스 등 선진국의 횟수가 높은 것도 비슷한 사례다. 여기에 ‘건강’도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아무리 자신감에 넘친다고 하더라도 신체에 이상이 있거나 몸이 녹초가 되어 있다면 만족스런 성생활을 할 수 없다. 아내가 “오르가즘을 달라!”고 시위하기 전에 빨리 건강과 자신감을 회복하자.

김재영비뇨기과 원장·남성학 칼럼니스트 김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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