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서 집단휴진 철회 번복…경과 및 대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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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의료계 집행부간의 29일 면담으로 고비는 넘긴 듯 했던 ´의료대란´ 위기가 다시 엄습하고 있다.

대한의협과 의권쟁취투쟁위원회는 면담 직후인 29일 오후 7시30분 기자회견을 갖고 집단휴진 방침을 공식 철회했다.

그러나 30일 정부와 의료계 집행부가 면담결과를 놓고 마찰을 빚자 대한의협 일부 지회를 중심으로 산발적인 집단휴진이 강행되는가 하면 무기한 집단휴진 돌입 방침이 결의되는 등 집단휴진이 전국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 경과

의료계는 29일 기자회견에서 "대통령께서 잘못된 부분을 시정하겠다고 약속했다" 며 집단휴진을 철회하고 집행부 단식농성도 풀었다.

그러나 복지부는 의료계 기자회견 직후 "대통령이 그런 약속을 한 적이 없다. 의료계가 대통령과의 면담 결과를 왜곡해서는 안된다" 는 입장을 밝혀 ´화해 국면´ 으로 쏠리던 의료계의 분위기가 뒤바뀌었다.

특히 의료계 기자회견 내용을 둘러싼 정부와의 공방 과정이 전파되는 과정에서 일부 정부의 입장이 과장돼 전달되기도 해 시.도 지회와 회원 의사들이 격분하는 사태로 발전했다.

경기도 의사회 윤창겸 의무이사는 "잘못된 문제에 대한 개선 약속을 복지부가 번복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분위기가 급속도로 악화됐다" 면서 "대부분의 회원들이 ´얻어낸 게 뭐냐. 또 속았다´ 고 분노를 표시하고 있다" 고 말했다.

◇ 쟁점 및 대책

의료계는 의료보험 수가 인상과 의약분업 시행안의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의보수가는 최근 정부가 다음달 1일부터 6% 올려주기로 했으나 의료계는 지난해 11월 약값 마진을 없앤 이후의 손해를 일부 보전한 것에 불과하다고 정부안을 거부하고 있다.

의약분업의 쟁점은 ▶약사들의 대체조제 및 임의조제 문제와 ▶의약품 분류기준으로 압축된다. 의료계는 상당수 약국들이 비(非) 약사 종업원을 고용해 임의로 약을 짓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임의조제 금지에 대한 좀더 확실한 보장이 있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의료계는 또 시행안이 허용하고 있는 대체조제를 금지하고 대체조제할 경우 의사들의 사전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대체조제는 허용하되 사후통보라는 보완장치를 두고 있다고 반박한다. 대체조제를 금지할 경우 상대적으로 침묵을 지키고 있는 약사회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된다는 점도 정부 입장에서는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의사의 처방이 있어야만 약을 지을 수 있는 전문의약품 비율을 높여달라는 의료계의 주장에 대해서도 약사들의 반발이 부담스럽긴 마찬가지다.

이같은 사안들이 의사들과 약사들의 이해가 워낙 첨예하게 얽혀있는 문제라 답을 찾긴 쉽지 않다. 선진국의 예를 보면 대체조제는 대부분이 동일 성분에 대해 허용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 금지하고 있지만 의사가 처방전에 명기한 약품에 대해서만 허용하는 점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임의조제는 거의 모든 선진국에서 금지하고 있거나 허용하더라도 임의조제의 실익이 없도록 제도를 마련하고 있기 때문에 논란의 소지가 거의 없다.

미국의 경우 특허기간에 있는 1만2천여개의 품목을 전문의약품으로, 카피제품(원제품을 베낀 제품) 을 포함해 30만개의 약품에 대해서는 일반의약품으로 분류하고 있다.

신성식.강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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