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카르자이 수반 입지 '흔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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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탈레반 축출 이후 권좌를 지켜온 하미드 카르자이(사진) 아프가니스탄 과도정부 수반의 정치적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카르자이 수반의 최대 정치적 기반인 북부동맹이 최근 반기를 들고 나섰기 때문이라고 워싱턴 포스트가 6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지난주 카르자이가 미국.영국 방문을 위해 자리를 비운 틈을 타 카심 파힘 국방장관 등 북부동맹 지도자들이 모여 내년 대선에서 카르자이 수반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기로 결정했다. 북부동맹은 대신 자신들과 같은 타지크족 출신인 부르나후딘 라바니 전 대통령을 지지하거나, 카르자이 수반이 속한 파슈툰족 내부에서 대체인물을 찾기로 했다는 것이다. 북부동맹은 나아가 새로 정당을 만들어 독자적으로 정치세력화할 계획도 검토 중이다.

지난해 6월 대족장회의(로야 지르가)를 열어 2004년까지 과도정부를 구성한 아프가니스탄은 내년 6월께 총선과 대통령선거를 해 정식으로 정부를 출범시킬 예정이다. 미국의 지지를 받고 있는 카르자이 수반도 지난 1일 대통령선거에 출마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그러나 미군과 연합작전을 벌여 탈레반 정권을 몰아낸 최대 공신이자 아프가니스탄 최대 종족인 파슈툰족과 함께 과도정부를 지탱해 온 북부동맹이 등을 돌린 것이다.

신문은 "북부동맹의 이 같은 움직임은 내부 반란"이라며 "카르자이 수반이 지방 군벌을 무장해제시키면서 북부동맹까지 위협해오자 반기를 든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부동맹 측도 "카르자이 수반을 폭력적으로 위협할 생각은 없다"면서도 "우리의 세력 약화를 기도하고 있어 정부에 대한 지지를 재고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카르자이 수반은 "누구나 대선 후보를 낼 수 있지만, 어떤 군벌도 탱크의 힘에 기대 정당을 만들 수는 없다"고 반발했다.

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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