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오프 토론방] 해외 원정출산 어떻게 생각하나 - "개인 합법적 행위 강제로 막을 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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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원정 출산에 대해 네티즌은 한국 사회의 각종 병폐를 개선하는 게 근본 치유책이라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사안 자체에 대해서는 찬반 양론이 팽팽하게 맞섰다.

찬성 측은 자녀에게 좀더 좋은 교육환경을 마련해 주고자 하는 부모의 심정에 공감하며, 개인적인 선택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반대 측은 목적이 병역 기피일 가능성이 큰 만큼 법적인 보완을 통해 이를 막아야 한다고 맞섰다.

김정수 기자

아이를 미국에서 낳으려는 목적을 속이고 입국하는 사례는 한국인에게 수치심을 불러일으키고 양다리를 걸치는 기회주의적인 행태로 지탄을 받는다.

그러나 이것은 합법적이다. 해외여행이 자유화되었고, 외국에서 출산하는 것이 불법이 될 수도 없다. 이민이나 국적 이탈의 자유도 인정되는 마당에 아이를 낳으러 여행하는 것을 막을 수 없다. 합법적인 행위를 주선하는 것도 불법이라고 볼 수 없으니 알선행위를 처벌할 수도 없다.

미국에서도 산모는 불법을 저지르지 않는다. 출산을 불법으로 볼 수 없고, 아이는 미국인이 된다. 심사를 하는 것은 허위 진술 가능성을 고려한 것이기에 임신부가 입국하는 목적을 관광으로 거짓말하였다는 점도 공무집행 방해라고 할 수 없다. 허위 진술 기록이 나중에 미국 입국에 지장이 있겠지만 법률적인 문제는 아니다.

전체주의 체제와 가난한 나라에서 자국민의 여행을 제한하고 국적 이탈 시도를 처벌했다. 한때 우리도 그랬다. 그러나 우리가 지금에 와서 여행을 제한해야 할 정도는 아니다. 원정출산은 살기 좋지 않다는 것을 나타내는 증상일 뿐 병이 아니다.

물론 원정출산 같은 기회주의가 고위 공직자에게 허용되어서는 안된다. 중요한 정책 및 의사결정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도 법보다는 여론을 통해 바로잡아야 한다.

김관기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