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호르몬 남성생식기능 파괴한다

중앙일보

입력

미국에서는 남성들의 정자수가 급격히 감소하고 결함이 있는 생식기관을 가지고 태어나는 남자신생아들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가 하면 고환암 발생률이 전례없이 높아지고 있으며 그 원인은 환경호르몬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고 CNN방송이 3일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지금까지 발표된 61건의 조사보고서들을 종합분석하면 미국 남성들의 정자감소율이 50%를 넘고 있으며 과학자들은 이러한 현상이 남성들이 생식체제 조절 호르몬을 교란시키는 인공 화학물질인 환경에스트로겐에 노출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믿고 있다고 이 방송은 말했다.

내분비교란물질이라고도 불리는 환경에스트로겐이 남자의 생식기능에 문제를 일으키는 것 같다는 우려가 높아가자 이를 과학적으로 입증하기에 앞서 미국 환경보호청은 현재 상업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8천700여종의 화학물질이 어떤 방식으로 인간의 내분비체제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이와 함께 국립질병통제센터(CDC)는 미국 남성들이 50여종의 대표적인 환경에스트로겐에 어느 정도 노출되고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남성들의 혈액과 소변을 채취해 검사하고 있다.

내분비교란물질은 CD, 유아젖병, 양철캔, 농약, 플라스틱 병, 심지어는 치과에서 쓰는 치진색제(齒塡塞劑) 등 갖가지 상품에 이용되고 있으며 사람은 상품에 따라 이를 먹기도 하고 흡입하기도 한다.

에스트로겐은 여성의 생식기능 조절에 절대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오래전부터 알려져 왔으나 1996년 일리노이대학 연구팀은 에스트로겐이 남성이 건강한 정자를 생산하는데도 매우 중요한 작용을 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동물실험에서는 수컷들에서 적당량의 에스트로겐이 나오지않으면 정자의 밀도가 떨어지면서 나중에는 생식능력을 상실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일리노이대학 생식생물학 교수 렉스 헤스 박사는 이 연구 결과 에스트로겐이 정자의 밀도를 조절한다는 매우 중요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말했다.

헤스 박사에 따르면 현재 젊은 남자들의 주요 사망원인이 되고 있는 고환암과 요도결함인 요도하열(尿道下裂) 남자신생아 출생률이 크게 늘고 있다고 한다. (뉴욕=연합뉴스)

엄남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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