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환자 비타민 복용 위험할수도

중앙일보

입력

화학요법과 방사선치료를 받고 있는 암환자가 비타민A와 E를 복용하면 오히려 암세포의 확산을 가속화시키는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비타민 A와 E는 결함이 발생한 세포나 암세포가 스스로 자살하는 우리 몸의 자연적인 메커니즘을 방해할 수 있으며 따라서 암환자가 항암치료중에 이런 비타민을 복용하면 항암치료를 오히려 망칠 수 있다는 연구보고서가 미국세포생물학회 회의에서 발표됐다고 CNN방송이 14일 보도했다.

이 연구보고서를 발표한 노스 캐롤라이나대학의 루돌프 샐거닉 박사는 ´비타민이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사실 비타민이 우리 몸에 얼마나 유익한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샐거닉 박사는 뇌종양을 발생시킨 쥐들을 대상으로 비타민A와 E가 들어있는 먹이를 거의 주지않은 결과 이 두가지 비타민을 정상적으로 섭취한 쥐들에 비해 뇌종양이 17%나 줄어든 것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또 이 두가지 비타민이 결핍된 쥐들은 종양속에서 스스로 소멸되는 암세포의 수가 비교그룹의 쥐들보다 5배나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샐거닉 박사는 이 결과를 처음엔 믿지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실험대상을 유방암을 발생시킨 쥐들로 바꾸어도 똑같은 결과가 나왔다.

샐거닉 박사는 이 결과가 놀라울지는 모르지만 세포학적으로 따저보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즉 유리기(遊離基)라는 혈액속의 유독성 산소는 결함이 있는 세포와 반응하여 이들을 죽게 만드는데 비타민A와 E같은 항산화제가 이 유리기와 결합하면 이들의 이러한 기능을 빼앗게 된다는 것이다.

샐거닉 박사는 유리기들을 혈액에서 제거하면 건강한 세포에 이익이 되지만 이미 아무런 통제없이 증식하고 있는 암세포에도 도움이 된다고 밝히고 결국 ´유리기를 억압하면 자연적인 세포소멸도 억압하는 것이 된다´고 지적했다. (뉴욕=연합뉴스)

엄남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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