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핵균의 비밀무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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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미생물 가운데 하나인 결핵균 (Mycobacterium tuberculosis)의 비밀무기가 발견되었다. 미국 알버트 아인슈타인 의과대학의 William Jacobs 박사를 비롯한 연구팀은 결핵균이 폐에 감염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지질을 발견하여 그 연구결과를 11월 4일자 Nature에 보고하였다. 박테리아가 폐에서 살아남기 위해 특별한 지질이 필요하다는 것은 이번에 처음으로 밝혀진 사실이다.

결핵균은 공기를 통해 전염되기 때문에 처음에는 반드시 폐에 감염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결핵균이 폐에서 살아가는 과정을 이해하게 되면 치료법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더군다나 최근에는 기존의 항생제에 내성을 갖는 결핵균들이 발생하면서 새로운 치료제의 개발이 시급히 요구되고 있다. Jacobs 박사의 연구팀은 이를 위하여 결핵균이 인체의 강력한 저항을 피하여 폐에서 살아갈 수 있는 메커니즘을 분자수준에서 밝혀내기로 하였다. 그들은 트랜스포손 (transposon)이라는 유전자 조각을 결핵균에 도입하여 무작위로 돌연변이를 유발시켰다. ´signature-tagged mutagenesis´라고 불리는 이 기술은 돌연변이가 일어난 유전자에 독특한 염기서열을 삽입시켜 나중에 돌연변이가 일어난 유전자를 쉽게 찾아낼 수 있게 해준다.

연구팀은 이렇게 돌연변이를 유발시킨 결핵균을 생쥐에 넣어주고 폐에서 살아남지 못한 종들을 확인하였다. 그 결과 그들은 간이나 비장에서는 살 수 있지만 폐에서는 살 수 없는 결핵균 세 종을 찾아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세 종에서 돌연변이가 일어난 유전자들은 모두 phthiocerol dimycocerosate (PDIM)이라는 지질의 대사에 관련된 유전자들로 밝혀졌다. 뿐만 아니라 이들은 고체배지에서 배양하였을 때 정상적인 결핵균과는 뚜렷하게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으며 그 다른 모습은 불완전한 세포벽 형성에 기인하고 있었다. 연구팀은 그 돌연변이체들을 더 자세히 분석한 결과 두 돌연변이 종은 PDIM을 합성할 수 없는 반면 다른 한 종은 PDIM을 합성할 수는 있지만 합성한 지질을 세포벽 밖으로 운반하는 능력을 상실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러한 사실은 PDIM이라는 지질이 결핵균의 병원성에 필수적인 요소이며 이 지질이 작용하기 위해서는 세포 밖으로 방출되어야 한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준다. 특히 흥미로운 것은 PDIM의 운반에 관여하는 mmpL7 유전자는 다른 12개 유전자 염기서열과 높은 유사성을 보여주고 있어 이들 유전자들도 결핵균의 독특한 지질을 운반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지질들은 아마도 결핵균이 대식세포나 다른 면역체계의 공격을 피할 수 있도록 해주고 있을 것으로 추측되기 때문에 연구팀은 이들 지질들을 연구함으로써 결핵균의 병원성에 대해 더욱 분명한 이해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sjchoi)

결핵균의 비밀무기
[출처 : http://www.eurekalert.org : 1999년 11월 0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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