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호르몬 비스페놀A, 발기부전 유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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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낙동강 하류 취수원에서 검출돼 문제가 된 발암성 환경호르몬 비스페놀 A가 체내에 흡수될 경우 발기부전을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고려대 안암병원 비뇨기과 김제종(金濟鍾).문두건(文斗建)교수팀은 뉴질랜드 백토끼에게 독성농도보다 적은 소량의 비스페놀A를 투여한 뒤 발기유발제에 대한 반응을 조사한 결과 발기능력을 거의 상실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22일 밝혔다.

환경호르몬은 주로 남성의 정자와 고환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비스페놀 A가 발기부전을 유발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팀은 뉴질랜드 백토끼에게 2일 간격으로 6회에걸쳐 비스페놀 A를 체중 1㎏당 150㎎씩을 투여한 뒤 4주후와 8주 후 음경해면체 표본을 채취, 발기유발제에 대한 수축 및 이완반응을 정상군과 비교, 측정했다.

이 결과 비스페놀A를 투여한 군은 음경의 수축과 이완력이 약화됐고 특히 8주 경과 후에는 발기반응이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뉴질랜드 백토끼에게 투여한 비스페놀 A의 양은 식약청이 정한 독성농도인 체중 1㎏당 900㎎보다 크게 적은 것이며 허용농도(체중 1㎏당 3㎎)보다는 높은 것이다.

김교수는 ´비스페놀A를 투여한 뉴질랜드 백토끼의 음경해면체에는 발기에 필요한 혈관 대신 근육세포가 지나치게 많이 증식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환경호르몬은 극미량이라도 인체에 해를 주고 남성 정자수를 감소시키며 발암물질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문교수는 ´앞으로 비스페놀A를 허용농도 만큼 투여할 경우에도 발기부전이 일어나는지와 쓰레기 소각장 등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다이옥신도 발기부전과 관계가 있는지에 대한 실험 연구를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서울=연합뉴스)

이주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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