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타다 못지 않은 서비스 나오려면.."시행령 협의체 제대로 구성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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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운송사업 신설과 타다 금지를 내용으로 하는 법 개정안이 최근 공포됐다. [뉴스 1]

플랫폼 운송사업 신설과 타다 금지를 내용으로 하는 법 개정안이 최근 공포됐다. [뉴스 1]

 새로운 플랫폼 운송사업의 신설과 현행 방식의 타다 운행을 금지하는 내용의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 일명 '타다 금지법'이 최근 국무회의를 거쳐 공포됐다. 이에 따라 플랫폼 운송사업 신설은 1년 뒤, 타다 운행 금지는 1년 6개월 뒤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여객자동차사업법 개정안, 최근 공포 #1년~1년 6개월 뒤 순차적으로 시행 #앞서 세부사항 담은 시행령 정비 필요 #"전문가, 시민대표로 협의체 구성해야" # 진입장벽 낮추고, 갈등 줄일 방안 모색 # "협의체 구성과 운영에 법 성패 달려"

 물론 그 이전에 법 규정을 구체화하고 세세한 실행방안을 담을 시행령 정비가 이뤄져야 한다. 앞서 김채규 국토교통부 교통물류실장은 "(법 개정안이 통과되고 공포되면) 관련 업계 관계자와 전문가로 가칭 모빌리티 혁신위원회를 만들어 택시 총량제와 기여금 문제 등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아마도 이 모빌리티 혁신위원회가 사실상 시행령을 논의하고 구체화할 협의체 역할을 할 것 같다. 전문가들은 이 협의체를 어떻게 구성하느냐가 새로운 법 개정안의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협의체를 제대로 구성하고, 그 속에서 민감한 사안들을 제대로 논의하고 정리해야 '타다' 못지않은 플랫폼 서비스가 나올 수 있고, 택시 서비스 역시 다양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카카오모빌리티의 대형승합택시 카카오T벤티. [사진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모빌리티의 대형승합택시 카카오T벤티. [사진 카카오모빌리티]

 전문가들은 협의체 구성에 대해 여러 의견을 내놓고 있다. 강경우 한양대 명예교수는 "법 개정안 통과로 이해당사자인 택시업계와 모빌리티업계의 요구는 어느 정도 수용됐다고 보면 앞으로 협의체는 파격적인 구성이 필요하다"며 "벤처협회와 변호사협회, 교통전문가 단체 등에서 전문가를 추천받아 총량제와 기여금 문제를 제대로 정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유정훈 아주대 교수는 "총량제와 기여금 문제를 유연성 있게 가져가려면 어느 정도 재정 투입이 필요하고, 기여금도 곧바로 감차에 사용하기보다는 연금  지급이나 자산 투자 등 다양한 대안을 고려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협의체에 재정과 금융전문가도 참여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또 "이번에는 대중교통 정책에 대한 전문성을 갖추고, 택시와 모빌리티 산업구조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전문가가 협의체를 이끄는 게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과 함께 이용자를 대표할 시민대표의 참여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고준호 한양대 교수는 "기존 타다는 시민의 다양한 모빌리티 수요를 충족하는데 일정 부분 기여했고, 이러한 서비스에 대한 시민의 요구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며 "협의체에는 이용자의 요구를 대변할 시민 대표도 포함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김응철 인천대 교수는 국토부뿐 아니라 유관 부처(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 등) 관계자도 참석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모빌리티 산업 육성이 어느 한 부처만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달 열린 '국토교통부-모빌리티 플랫폼 간담회'에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열린 '국토교통부-모빌리티 플랫폼 간담회'에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또 시행령 협의체가 당장 앞에 놓인 현안뿐 아니라 향후 모빌리티 산업의 미래상도 어느 정도 정리를 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김응철 교수는 "사실상 준 대중교통수단인 택시 산업을 앞으로 어떻게 끌고 갈 것인지에 대한 철학과 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모빌리티 산업의 기술혁신을 막는 일이 없도록 하고, 총량 규제와 기여금도 단기간의 문제 해결로만 접근하지 말고 장기적 관점에서 방향을 잡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준호 교수도 "단계적이고 점진적인 접근 방법을 통해 모빌리티 업계와 기존 택시업계와의 갈등도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많은 논란 끝에 통과된 법 개정안이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건 이제 시행령 협의체 구성과 운영에 달렸다. 전문화된 구성과 치밀한 운영으로 모빌리티 산업의 앞길을 제대로 열어줘야 할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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