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량의 납도 자연유산 ´유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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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내에 오랫동안 납이 축적될 때만 자연유산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왔지만 납이 허용치보다 낮아도 유산을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학(NCU) 어바 허츠-피쿄토 교수는 최근에 발표한 연구보고서에서 ´혈액 1dL 당 납이 5㎍(1㎍은 100만분의 1g) 증가하면 유산 확률이 두 배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허츠-피쿄토 교수는 멕시코 국립보건연구소 연구팀과 공동으로 94~96년까지 멕시코시티에서 668명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실시하고 혈액 샘플을 채취했으며 임신 기간 동안 방문이나 전화조사를 병행했다.

혈액 샘플을 분석한 결과 평균 11㎍/dL의 납이 검출됐는데 이 수치는 70년대 미국 평균 수치와 비슷한 정도였다.

공동연구팀은 또 유산경험이 있는 여성과 없는 여성의 수를 조사, 각각의 혈액에서 납 수치를 체크했다. 그 결과 조사 대상자 모두 혈액 내 납 수치는 허용 수치보다 낮았음에도 불구, 임신 5개월째 562명 중 36명이 이미 유산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연 유산을 일으킬 만한 어떤 감염 증상도 없었다. 이들은 체내에 납이 많을수록 유산될 확률이 높았다.

허츠-피쿄토 교수는 "이같은 결과는 70년대 미국의 평균 납 노출 수치 정도로 납을 섭취해도 유산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아직 더 연구가 필요하지만 납이 소량 있어도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만은 확실하다"고 강조했다.

양재원 인터넷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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