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지않는 세상 올까…노화 비밀 한꺼풀씩 벗겨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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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평균수명은 과거 1백년 동안 30여 년이나 늘었다. 이는 비록 노화의 비밀을 속속들이 밝혀내진 못했지만 유아와 아동의 사망률을 높이는 각종 질병에 대한 대비와 치료가 발전한 때문.

근래 많은 과학자들이 노화 연구에 매달리고 있어 노화정복은 매우 희망적이다. 세계적인 분자생물학회지 ´셀 (Cell)´ 에는 최근 인간 염색체의 말단 부분인 텔로미어의 구조가 밝혀졌다는 연구결과가 실려 관심을 끌었다.

미국 록펠러대 티티아 드 랜지 박사와 노스캐롤라이나대 잭 그리피스 박사가 행한 이 연구는 그동안 존재한다는 사실만 알려져 왔을 뿐 구조가 파악되지 않았던 고리모양의 텔로미어를 찾아낸 것. 텔로미어는 세포가 한번 분열할때마다 일정 길이만큼 짧아지는 것이 특징이다.

구조파악은 기능과 메커니즘 연구의 기초. 따라서 이 연구가 암방지에 획기적인 전기가 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복제양 돌리의 수명이 짧아질 것으로 점쳐지는 것도 텔로미어의 길이가 짧다는 사실이 관찰된 데 따른것.

텔로미어 유전자를 처음 찾아낸 이는 미국 콜로라도대 톰 책 박사. 94년 노벨상 수상자인 그는 원생생물에서 이를 찾아냈다.

´텔로머라제´ 효소도 각광받기 시작했다. 정상세포는 분열할 때마다 텔로미어가 짧아지지만 암세포는 텔로머라제 효소가 나와 텔로미어가 짧아지는 것을 막는다는 것. 따라서 이를 인위적으로 제어하면 세포의 노화를 막을 수 있다고 본다.

미국 사우스웨스턴대 셰리교수는 인간의 잘라낸 피부조직 세포에 텔로머라제를 주입한 결과 마치 태아세포처럼 왕성하게 분열하는 것을 밝히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삼성생명과학연구소 이한웅 (李漢雄) 박사등이 텔로머라제 연구에 한창이다. 지난3월 ´셀´ 지에 텔로머라제가 없는 쥐가 노화현상이 급속히 진행됨을 확인했다는 사실을 싣기도 했다.

李박사는 "텔로머라제가 결핍된 쥐로 이 효소의 다양한 기능을 알아보는 실험을 계속하고 있다" 고 밝혔다.

인간은 왜 늙을까. 예정설은 인체가 DNA 이중나선 속에 담긴 유전정보에 따라 늙어가도록 프로그램 돼있다는 설명. 과학자들은 이 설에 따라 노화촉진유전자.노화억제유전자.장수유전자 등의 존재 여부를 연구 중이다. 초파리와 같은 하급동물에서는 이런 유전자가 적잖이 규명됐다.

반면 환경설을 주장하는 과학자들도 있다. 위해 요인에 노출돼 세포와 조직이 마모된다는 설, 기초대사에서 산소이용률이 높아짐으로써 수명이 짧아진다는 대사설, 단백질 같은 이종의 생체분자가 교차결합해 세포 및 조직의 기능이 저하된다는 설들이 바로 그것.

서울대의대 생화학교실의 박상철 (朴相哲) 교수팀이 규명한 ´트랜스글루타미나제´ 효소는 이런 세포들의 교차결합이 늘어날 때 증가하는 효소. 朴교수는 "국내에서는 그동안 노인성 질환 치료에 초점을 맞춰왔으나 유전자 레벨의 노화 메카니즘 규명쪽도 최근 연구가 활발하다" 고 말했다.

미 국립노화연구소 (NIA) 는 현재 추진 중인 인간게놈 프로젝트가 마무리된 후인 2010년 무렵이면 텔로미어 외에도 노화에 관련된 유전자 모두와 그 기능을 알아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

그러나 수명을 무조건 늘리는 것보단 건강한 나날을 늘리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많은 노화연구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과학자들은 "모든 종류의 암을 완전히 없앤다 하더라도 인간의 평균 수명은 2년 정도 더 늘어날 뿐" 이라고 말한다. 심장 관련 병을 없앨 경우 평균 수명은 3~4년 정도 늘어나는 수준이라는 것.

그러나 노화의 비밀이 풀린다면 이와는 비교도 안된다. 인구의 폭발적 증가 같은 또 다른 걱정거리가 생길 수 밖에 없는 것. 복제와 마찬가지로 노화의 비밀 또한 ´판도라의 상자´ 인 셈이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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