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여명 숨진 이탈리아, 이동제한령에도 40%는 돌아다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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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롬바르디아 주 베르가모의 공동묘지에서 장의사가 사망자의 관을 옮기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탈리아 롬바르디아 주 베르가모의 공동묘지에서 장의사가 사망자의 관을 옮기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탈리아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누적사망자가 3000명에 육박한 상황에도 국민의 상황 인식은 여전히 안일하다는 질타가 나왔다.

정부가 강력한 이동제한령을 발효했으나 여전히 많은 주민들이 집 밖을 돌아다니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탈리아 북부 롬바르디아주의 줄리오 갈레라 보건부 장관은 18일(현지시간) 현지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주민의 40%는 여전히 어딘가를 돌아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통신업체로부터 받은 휴대전화 데이터 분석을 통해 수치를 확인했다.

갈레라 장관은 “출근 등 합당한 외출 사유라 하더라도 여전히 많은 수가 이동제한 수칙을 지키지 않고 있다”며 이동제한령 준수율이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고 우려했다.

롬바르디아주는 이탈리아 내 바이러스 확산 거점 지역이다. 이곳은 일주일새 사망자가 400명 가까이 쏟아지면서 의료시스템마저 붕괴된 상태다. 그럼에도 주 중심도시인 밀라노에선 출·퇴근시간대 지하철이 여전히 승객들로 붐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틸리오 폰타나 롬바르디아 주지사는 주민들이 집에 머물지 않으면 더 강력한 조처를 해달라고 정부에 건의하겠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탈리아는 지난 10일 이동제한령을 전 지역으로 확대했다. 이에 따라 식료품이나 의약품 구매, 출근과 같은 업무상 이유를 제외하고는 외출이 금지된다. 이를 어기면 최대 3개월 징역 또는 206유로(약 28만원)의 벌금에 처해진다.

이탈리아 내무부에 따르면 이동제한령 발효 일주일간 총 4만300여명이 규정 위반으로 적발됐다. 이들은 정당한 사유 없이 거주지를 벗어났다.

한편 18일 오후 기준 이탈리아의 누적 확진자 수는 3만5713명, 누적 사망자는 2978명로 집계됐다. 누적 확진·사망자 수 모두 전 세계에서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이탈리아 정부는 한국처럼 휴대전화를 이용해 의심 증상자나 확진자의 동선을 추적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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