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표 300만원·마스크 40장·꼬깃꼬깃한 손편지 놓고간 70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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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전 전북 군산시 미성동주민센터에 70대 노인이 두고 간 수표 300만원과 마스크 40장, 편지. 익명을 원한 그는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고생하는 의료진을 위해 써 달라"는 말만 남기고 5분여 만에 사라졌다. [사진 군산시]

16일 오전 전북 군산시 미성동주민센터에 70대 노인이 두고 간 수표 300만원과 마스크 40장, 편지. 익명을 원한 그는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고생하는 의료진을 위해 써 달라"는 말만 남기고 5분여 만에 사라졌다. [사진 군산시]

"코로나 때문에 고생하시은(는) 의료원님들(의료인님들) 모든 분께 감사합니다. 보잘 것 없지만 조금이라도 도움되시길 빕니다."

군산시 미성동주민센터에 익명 기부 #"코로나로 고생하는 모든 의료진 감사" #이달 초 60대 여성도 93만원 전달

16일 오전 10시10분쯤 전북 군산시 미성동주민센터. 모자와 마스크를 쓴 한 노인이 주민센터 직원에게 건넨 편지 내용이다.

이 노인은 꼬깃꼬깃한 종이에 삐뚤빼뚤한 글씨로 "의료원님들(의료인님들) 항상 건강하시길 하나님께 기도하겠읍(습)니다. 항상 건강들 하십시오"라고 적었다. 일부 맞춤법은 틀렸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을 위해 현장에서 고생하는 의료진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담았다.

편지가 든 봉투 안에는 100만원짜리 수표 3장이 함께 담겨 있었다. 이 노인은 '기초생활수급자에게 전해 달라'며 마스크 40장도 줬다.

주민센터 직원이 수차례 물어 이름은 겨우 확인했지만, 그는 "익명 기부를 원한다"며 외부에 알리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 주민센터 측은 "미성동에서 혼자 사는 70대 노인"이라고만 밝혔다. 기부금은 그동안 그가 저축한 돈이라고 했다.

이 노인은 기부금만 전달하고 5분여 만에 주민센터를 떠났다. 서준석 미성동장은 "기부자의 뜻에 따라 성금은 전국재해구호협회를 통해 코로나19 극복에 힘쓰는 의료진을 위해 지정 기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5일에도 60대 여성이 미성동주민센터를 찾아 93만원을 익명 기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봉투에는 5만원권과 1만원권, 1000원권이 섞여 있었다고 한다. 최하나 미성동주민센터 주무관은 "(기부자) 성함을 알고 싶어 (주민센터 밖을) 나가 잡았지만, 신상에 대해 전혀 얘기하지 않았다"며 "'어디에다 써드릴까요?'라고 묻자 '코로나(극복)에 써 달라'고만 하셨다"고 전했다.

군산=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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