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대사건의 "죄와 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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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저 *들 화염병에 불타 죽은 동료들을 생각하면 지금도 치가 떨려. 그러고도 잘했다고 구호를 외쳐대는 꼴이란…』
『저 중엔 내 친구도 있어. 고등학교 땐 얌전하기만 했는데 엉겁결에 시위에 가담해 몇 년씩 징역을 살게됐으니…』
24일 오전 9시 부산지법 고등법원 청사 앞.
6공들어 최대숫자의 구속자와 경찰 7명 사망이란 비극을 낳은 동의대사건 관련자 71명에 대한 선고공판이 열리고 있다.
진압복 차림에 방패를 들고 청사경비를 서던 두 전경의 귀속 말은 구속자 가족의 울부짖음으로 곧 중단됐다.
『이×들아, 너희가 정치를 잘했으면 왜 화염병을 들었겠니. 내 아들 살려내라.』
경비전경들 너머로 푸른 수의를 입고 포승과 수갑을 찬 채 끌려나오는 아들의 모습을 지켜보던 어머니들은 이름을 애타게 부르다 통곡하며 전경들에게 달려들였다.
『아주머니 마음은 알지만 이러시면 안돼요. 진압도, 경비도 저희는 시켜서 할뿐이에요. 저도 군에 오기 전엔 학생…』
가족들의 접근을 몸으로 막던 한 전경은 끝내 고개를 돌렸다.
잠시 뒤인 오전 9시40분, 주동자 35명에 대한 선고가 열리고 있는 103호 법정.
『노태우 정권 타도하자.』『진상조사 위해 국조권을 발동하라.』
구속학생들과 가족들이 일제히 구호를 외치기 시작하자 숨진 경찰관 유가족들은『그렇게 잘난 ×들이 사람을 죽였느냐』『사형을 선고하라』는 고함으로 맞서 법정은 선고도 있기 전에 이미 아수라장이 돼버렸다.
『법정이 이 꼴이 된 것은 역대 독재정권이 사법부에 남겨놓은 상처 때문입니다. 같은 또래의 젊은이들이 누구는 수갑을 차고, 또 누구는 방패를 들고있는 현실은 정치의 실종과 우리 기성세대 모두의 잘못입니다.』
공판정을 나서는 한 방청객의 한숨.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는 것만 같았다.<김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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