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이 "韓 칭찬했다"는 타임, 원제목은 "어떻게 통제불능 됐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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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연합뉴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연합뉴스]

“타임지는 투명한 정보 공개, 민주적 책임 시스템을 (코로나19) 한국 확진자 급증 이유로 들었다. 역설적으로 한국의 국가 체계가 잘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26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언급해 논란이 인 발언이다. 실제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 보도 내용은 어땠을까. 타임지의 해당 기사는 지난 24일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제목은 ‘한국의 코로나바이러스 발발은 어떻게 그렇게 빨리 통제불능 상태가 됐나’라는 제목이었다. 영어 원문으로 7400자 정도 분량이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26일 발언에서 인용한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 기사. 지난 24일 게재됐다. [타임 캡처]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26일 발언에서 인용한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 기사. 지난 24일 게재됐다. [타임 캡처]

기사는 절반 이상 분량을 확진자 급증으로 혼란스러운 한국 상황을 소개하는 데 할애했다. 기사 작성 시점에서 한국 보건당국을 인용해 “확진자가 833명이 됐고 코로나19에 감염된 한국인 7명이 사망했다”며 “5100만명 인구의 한국이 중국 외에서 가장 많은 발병자를 보유한 나라가 됐다”고 썼다. 그러면서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 등 한국 공직자들이 ‘표면적으로’(outwardly) 침착하지만 확산에 대한 공포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발병의 중심으로는 신천지를 지목했다. 타임은 신천지를 ‘기이한(eccentric)’ 종교 단체로 묘사하며 “이들의 불투명성, 열광적 예배 등이 바이러스 통제를 더 어렵게 할 수 있다”는 전문가 견해를 소개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에 대한 비판 여론도 함께 소개했다. “상황이 악화되면서 점점 더 많은 비평가들이 바이러스의 위험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문재인 정부를 비난하고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기사는 “대통령이 낙관론에 빠져 코로나19가 걷잡을 수 없이 번진 것”이라는 국내 보수언론 사설과 함께 ‘중국인 입국금지’ 청와대 국민청원 참여인원이 70만명을 넘긴 사실도 소개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 기사에서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26일 발언에 인용한 부분 [타임 캡처]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 기사에서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26일 발언에 인용한 부분 [타임 캡처]

박 최고위원이 인용한 부분은 기사 후반부에 나오는 400자 분량 정도다. “한국에서 확진자가 증가한 주요한 이유는 한국 사회의 상대적 개방성, 투명성 때문”이라는 진단이었다. 기사는 한국조지메이슨대의 안드레이 아브라하미안 객원연구원을 인용해 “확진자가 급격히 증가한 이유는 뛰어난 진단 능력과 자유로운 언론 환경, 투명한 정보 공개, 민주적 책임 시스템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어 “이미 영향을 받은 지역에 있는 한국인들은 적응하는 것 외에 달리 방법이 없다”며 기사를 끝맺었다.

이번 발언과 관련해 논란이 커지자 박 최고위원 측은 해명에 나섰다. 박 최고위원 측은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지의 보도내용을 전달한 것을 두고서 일부 언론에서 마치 박광온 의원의 주장처럼 보도했다”며 “타임지의 기사내용을 전달한 것은 우리의 역량을 믿고 서로 힘을 모아 코로나19를 극복하자는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또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는 긍정적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취지였다”고 했다. 하지만 야당에서는 “코로나 공포가 전국을 뒤덮고 있는 지금 여당이 자화자찬 할 때인가. 황당한 현실 인식”이란 비판이 나왔다.

한영익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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