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크스주의는 "위기"를 맞고 있나|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전환기의 세계와 마르크스주의』주제 세미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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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소련 및 동구권의 탈 이데올로기화, 구체적으로 탈 마르크스-레닌주의가 급속한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마르크스주의 연구의 세계적 대가 20여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국제학술회가 국내에서 열린다.
국내에서도 좌우의 이념대립이 첨예화 돼가고 있고 마르크스주의에 대한 관심과 열기가 어느 때보다 고조되고 있어 이 학술회의의 의의를 더해주고 있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소장 조영환)는 25∼27일 서울 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우리 나라를 비롯해, 미국·소련·중국·동독·서독·프랑스 등 11개국 마르크스주의학자 22명이 참가하는 국제학술회의를 개최한다.
「전환기의 세계와 마르크스주의」를 주제로 한 이번 회의에는 세계체제 이론의 대가인 미국의 임마누엘 왈러슈타인 교수(뉴욕주립대 ), 국가독점 자본주의의 세계적 이론가인 동독의 위르겐 쿠친스키 교수(동독 및 소련과학아카데미회원), 영국의 존 할리데이, 소련의 미국 캐나다연구소 부소장 라도미르 보그다노프 교수, 중국의 반체제 사상가인 슈 샤오지(소소지)교수 등이 참가한다.
이번 회의에서 발표되는 주요논문 2편을 요약 소개한다.
◇중국에서의 마르크스주의의 재 고찰(슈 샤오지)=중국공산당의 마르크스주의에 대한 재해석은 78년 중국공산당 11차 중앙위원회 3차 총회 이후 시작됐다.
현대마르크스주의가 겪는 위기설을 공산국가들은 부인하고 있으나 최근 20년간 마르크스주의는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다. 60∼70년대에 들어 마르크스주의는 경기침체·인플레·저 성장·생활수준 퇴보. 노동자의 동기부족 등 모순을 겪고 있다.
페레스트로이카가 소련사회의 발전을 위해 절실히 요청되는 것은 고르바초프의 지적대로 인민의 필요와 의견은 무시되고 창조적 사고는 배제된 채 문화·예술·언론·교육이 위축되고 형식에 흐르게 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회주의의 행로를 밝히기 위해▲현 사회주의 국가체제에 대한 연구분석이 이뤄져야하고▲사회주의의 재해석이 있어야 하며▲마르크스주의를 구체적 현실에 적용, 그릇된 점을 비판하는 과학적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
또 마르크스주의의 다원성을 인정하고 연구도 개방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마르크스·마르크스-레닌주의, 그리고 현대 세계체제에 있어서의 사회주의(임마누엘 왈러슈타안)=마르크스주의는 계속 번창하고 있으며 21세기 세계체제의 메커니즘에도 중심적 요소로 남을 것이다.
왜 레닌주의가 성공했는가. 이는 개혁지향의 베른슈타인의 수정주의가 러시아에서는 부적절해 레닌의 프로그램 외에 대안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왜 페레스트로이카와 글라스노스트가 일어났는가. 이는 한마디로 전반적인 딜레마에 대한 집합적 대응이다. 레닌주의로의 복귀라는 형식을 취하면서 이데올로기와 전략으로서 레닌주의의 세계적 붕괴라는 현실에 대한 엘리트들의 노력이다. 앞으로는 마르크스의 본격적인 통찰력과 가치를 통합시키고 새로운 과학적 인식론, 새로운 역사해석 등 새로운 세계관을 수립하기 위한 진일보한 마르크스주의 해석이 등장할 전망이다.<유재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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