宋씨 추방이냐 기소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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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처리냐, 추방이냐'. 송두율씨를 둘러싼 정치권의 공방이 확산되는 가운데 청와대를 비롯한 여권의 고민이 宋씨 처리 문제로 옮겨가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은 여론추이에 귀를 세운 채 4당4색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고민하는 여권=청와대는 조만간 宋씨 처리 방향을 정리해야 할 상황이다. 검찰 수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결론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까지는 양론이 팽팽하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검찰 수사 후 추방해야 한다는 의견이 점점 많아지고는 있지만, 원칙대로 사법처리해야 한다는 쪽도 만만찮다"고 말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도 "당초 무조건 기소한다는 게 정부 방침이었지만 국정원 내부에선 추방을 생각했다"면서 "야당에서도 추방밖에 없다는 충고를 했었다"고 전했다. 그는 "국정원이 공소보류 검토가능이란 의견을 첨부한 것도 실은 조기에 추방시키기 위해서였다"고 말했다.

결국 정치적 결단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청와대 내부에서는 이 두 가지 방안을 절충할 수 있는 '구속 후 적절한 방식의 추방'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盧대통령이 지난 3일 기자간담회에서 宋씨 처리와 관련 '원숙한 처리'를 언급한 것도 이런 뉘앙스를 담고 있다고 청와대 관계자는 설명했다.

그러나 문제는 과연 사법처리와 추방의 절충안이 현실적으로 가능하냐다. 모든 부담이 盧대통령에게 돌아간다는 점을 들어 반대의견이 적지 않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 사건의 처리 결과에 따라 자칫하면 우리 사회가 소모적인 이념논쟁으로 빠져들 수 있다는 점도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권은 4당4색=한나라당은 5일 盧대통령을 직접 겨냥했다. 홍사덕 총무는 "문제는 대통령의 태도에 있다"며 "'宋씨를 청와대로 초청하고 싶다'고 하더니, 이제 그가 김정일의 추종자로 밝혀지자 '불리한 증거가 나와 안타깝다', '원숙한 처리를 바란다'는 등의 말로 검찰 입장을 흔들어 놓고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양비론이다. 김성순 대변인은 "宋교수 사건은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해야 한다. 검찰은 철저히 수사해 진상을 국민 앞에 밝혀야 한다"면서도 "다만 사법당국의 최종 결과가 발표되지 않은 시점에 일부에서 섣부른 색깔론을 제기하며 이념논쟁으로 몰고가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통합신당 정동채 홍보기획단장은 "추방도 국법질서의 한 부분이 될 수 있다"며 "그러나 검찰이 판단할 일"이라고 했다.

한편 장기표 사회민주당 대표는 이날 "엄정한 법집행 요구에 대해 '색깔론'운운하는 것이야말로 오히려 '매카시즘'"이라고 비난하면서 "정부도 구렁이 담 넘어가듯이 하지 말고 엄정한 조사 후 의법조치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수호 기자<hodori@joongang.co.kr>
사진=안성식 기자 <anses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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