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아듀 아시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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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플레이오프 진출 실패로 이승엽 열풍도 함께 막이 내렸다. 이승엽(사진)은 올시즌 국내에서의 모든 경기를 마감했다. 이제 11월에 열리는 올림픽 예선에서 국가대표로서 마지막 봉사하는 것만이 남았다.

그러나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시즌 56호 홈런을 때리며 한시즌 아시아 홈런 신기록을 세웠던 '국민타자'이승엽의 존재는 포스트시즌에도 그라운드의 열기를 점화시킨 최고의 히트상품이었다. 대기록의 부담감을 벗어던진 이승엽은 준플레이오프에서 스타 플레이어로서 자신의 진가를 발휘했다.

이승엽은 상대의 집중적인 견제로 7타수2안타(1홈런), 2볼넷에 그쳤으나 1차전에서 장쾌한 장외홈런을 터뜨리는 등 팬들이 자신에게 요구하는 것을 모두 보여줬다. 탄탄한 수비력과 상대의 허를 찌르는 도루능력까지, 이른바 야구의 3박자라고 일컫는 공격과 수비.주루에서 뛰어난 플레이로 세계 무대를 향할 '국민타자'로서 부족함이 없음을 과시했다.

이승엽은 4일 대구에서 열렸던 준PO 1차전에서 2-5로 뒤지던 5회말 선두타자로 나서 왼손 이승호로부터 우측 담장을 완전히 넘기는 1백30m짜리 대형 장외홈런을 뽑아냈다. 물 흐르듯 부드럽다는 이승엽 특유의 스윙이었다. 이어 5-6으로 뒤지던 9회 2사후 볼넷으로 출루한 뒤 평소 발이 느리다는 통념을 깨고 2루를 훔쳐 상대를 깜짝 놀라게 만들기도 했다.

이승엽은 5일 2차전에서는 0-1로 뒤지던 3회말 1사2루에서 우전 적시타를 친 뒤 삼성 수비진이 홈에 송구할 것을 예측하고 2루까지 뛰어가던 SK 이호준을 커트 플레이로 2루에서 잡아냈다. 프로 9년차의 노련미와 폭넓은 시야를 갖춘 야구 센스에서 비롯된 호수비였다.

인천=김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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