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서도 우리가요 애창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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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가수회보서 밝혀져
북한에서도 우리 가요가 불려지고 있다.
가수회보『목소리』는 10월 호에서 지난 78년 납북되었다가 탈출한 신상옥·최은희씨 부부와 83년 부산 다대포해수욕장에 침투했다가 귀순한 전충남·이상규씨 등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목소리』에 따르면 북한주민이나 고급 당 간부 등에 의해 널리 불려지고있는 노래들은 이애리수가 부른『황성옛터』를 비롯해 이미자의 『동백아가씨』『섬 마을 선생님』, 김용만의『회전의자』, 이수미의『내 곁에 있어 주』, 이금희의『키다리 미스터 김』, 나훈아의 『너와 나의 고향』등이다. 특히 고급 당 간부들이 애창하는 곡은 패티김의 『이별』, 최희준의『하숙생』, 백난아의『찔레꽃』등이다.
이같이 우리 가요가 북한에까지 알려지게 되는 것은 고급 간부층을 중심으로 한 일부 특권 계층이 직접 TV나 라디오를 통해 한국방송을 듣고있으며, 주민들은 북한영화에 주제가로 이용되는 흘러간 옛 노래를 배워 애창하기 때문이다.
영화음악으로 사용된 노래들은 김일성 부자 우상화를 위한 홍보물인『조선의 별』에서 남자주인공이 기타를 치며 부르는『황성옛터』를 비롯해『고향의 봄』(영화『다시 찾은 이 름』중에서), 『오빠생각』(영화『생활의 길을 찾아서』중),『봉선화』(영화『한지대장에 대한얘기』중), 등이 알러져 있다.
북한주민들은 이러한 영화 등을 통해 우리가요를 접하기 때문에 대부분 언제 어느 가수가 부른 노래인지는 모른 채 따라 부르고 있다는 것이다.
귀순용사인 전·이씨도 남파되기 전『섬 마을 선생님』『회전의자』『내 곁에 있어 주』등을 한국군가와 함께 배워 불렀다고 밝혔다.
특히 신·최씨 부부가 자주 만났던 김정일을 비롯한 북한고급 당 간부들은 우리가요를 모르는 게 없을 정도로 많이 알고 있으며, 김정일은 매주 금요일에 파티를 열고 자신은 우리가요를 부르지 않지만 다른 참석자들에게 노래를 시킬 때마다 우리가요를 지정곡으로 정해준다고 했다.<오병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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